미얀마 해군함정 3척에 실어 보내…인권단체는 우려
말레이시아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EPA=연합뉴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말레이시아 이민 당국이 인권단체의 우려와 법원의 잠정 중단 명령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인 1천여명을 예정대로 송환했다.
23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1천86명의 미얀마인에 대한 송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민국은 "송환 프로그램에 따라 미얀마 해군함정 3척이 해당 미얀마인을 싣고 갔다"며 "이들 가운데 로힝야족이나 망명 신청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 떠난 이들은 모두 송환에 자발적으로 동의했으며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송환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의 미얀마인 추방 잠정 보류 명령을 무시한 채 강행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법원은 인권단체가 제기한 송환 금지 요청을 심리하겠다며 관련 미얀마인 1천200명에 대한 추방을 잠정 보류하라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 관계자는 "이번 법원 심리는 24일 진행될 예정"이라며 "정부는 미얀마인 송환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청원은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 등 인권단체 두 곳이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이민국은 법원 결정이 무시된 이유와 최종 송환 인원이 줄어든 원인 등 이번 송환에 대한 자세한 배경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앞서 이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쿠알라룸푸르의 대사관을 통해 "이민자 수용소에 구금 중인 미얀마인을 데려가겠다"고 제안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미얀마인 송환을 위해 말레이시아 루무트항에 도착한 미얀마 해군 선박(가운데와 오른쪽). [AFP=연합뉴스] |
이에 이들을 태우고 갈 미얀마 해군함정 세 척이 21일께 말레이시아 해군 기지에 도착했고, 미얀마인들도 이날 승선을 위해 이 기지로 옮겨진 상태였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는 로힝야족 등 미얀마 난민 15만4천 명과 수천 명의 미얀마 노동자들이 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는 한동안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의 밀입국을 눈감아주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난민과 불법체류자에 대해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그간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번에 송환할 미얀마인 1천200명 가운데 로힝야족이나 유엔 난민 카드 소지자는 없다"며 이들은 불법체류자라고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인권 단체는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송환된 이들을 탄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앰네스티 말레이시아 지부는 "이들은 생명이 위협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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