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1일 아웅산 수치 구금…군부 탄압에도 시위 멈추지 않아
미얀마 민주화 실험은 끝…군부, 유엔 등 비판에도 귀 닫아
21일(현지시간) 미얀마 네피도에서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 중 군경의 총격으로 숨진 여성의 장례행렬에 시민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동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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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얀마 반 쿠데타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 규모가 수만 명으로 불어나면서 군부는 실탄 사격까지 하는 등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1988년 민주화 운동인 '8888' 항쟁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군부의 정권 전복 시도를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군부를 이를 무시하면서 미얀마 내부 시위는 점점 격화되고 있다.
◇1일 군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구금…험난한 민주화
이번 쿠데타는 지난 1일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구금하면서 시작됐다. 군부는 이날 새벽께 수치 고문을 긴급 감금했다. 이로써 반세기에 가까운 군사통치를 마친 미얀마의 민주화 실험은 끝을 맺게 됐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선거 때 수치 고문이 있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부정선거를 했다는 점을 들어 쿠데타를 정당화시키려 했다.
군부는 3일 수치 고문이 불법 수입된 무전기를 소지하고,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기소했다.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 휘하 군인들은 지난 1일 수치 고문 자택을 수색해 무전기 6대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4일에는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이후 첫 거리 시위가 발생했다. 20명의 작은 규모였지만 SNS 등을 시민 불복종 운동해 참여해 달라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군부는 민간인 시위대가 시작되자 미얀마에서 국민 절반가량이 쓰는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 접속 차단에 이어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시위대 규모는 점점 커졌고, 학생과 노동자, 의사, 대학교수 등 전문직까지 가세해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
. 2021.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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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수치 고문 석방하라'…대규모 시위대 등장
쿠데타가 발생하고 일주일 지난 6~7일 미얀마에는 대규모 시위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주말 동안 수치 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에 모여들었고, 양곤에서는 3000명이 모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군부에 반발하며 공무원·민간 파업으로 이이졌다.
대만에서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해외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7일 미얀마 미야와디에서는 시위대 해산 작전 중 총성이 발생하는 등 본격적으로 군부와 시대위대의 대립이 격화됐다.
◇8일, 군부 '시위대 법적 조치 경고'…9일 사상자 발생
미얀마 전국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군부는 8일 국영 MRTV를 통해 '범법자'를 용인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군부는 시위대를 향해 물 대포를 발포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군부는 만달레이 내 7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5인 이상의 시위와 모임을 금지했다.
군부의 경고에도 9일 미얀마 전역에서 시위가 이어지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돌 등을 던지면서 반발했다.
네피도에서는 20대 여성인 먀 트윗 트윗 킨(20)이 경찰의 쏜 실탄을 맞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미 국무부는 미얀마 군부의 무력 집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10일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유엔은 수치 고문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13~16일 수치 고문 자택 구금 기간 연장
군부 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5인 초과 집회와 야간 통행을 금지했음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병원과 학교, 관공서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시민 불복종' 운동에 나섰다.
군부는 13일 '개인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 보호법' 제5·7·8조의 효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시위자들을 숨겨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애초 15일 풀려나기로 했던 수치 고문은 구금 기간이 연장됐다.
군부와 시위대가 갈등이 고조되면서 군부는 16일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등 SNS에는 경찰이 일반 시민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021년 2월 20일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 중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미야 테테 카인(20)의 추모식이 열리는 모습. 고인은 지난 9일 총상을 입고 뇌사 상태로 치료를 받던 중 19일 끝내 숨졌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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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킨' 사망 '미얀마 민주화 상징'으로…20일 시위대 3명 사망
19일 경찰의 실탄을 맞은 킨씨가 사망하면서 추모 물결이 일었고 시위는 격화됐다. 20일~21일 주말 간 대규모 시위 과정에서 민간인 3명이 경찰이 발포한 총에 맞아 사망했다.
20일 저녁 양곤에서는 야간 통행 금지 시간에 이동하던 차량을 조사하던 한 민간인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은날 오후 경찰은 만달레이 한 부두에서 열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실탄과 고무탄 등을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이 지역에 있는 자선단체에 따르면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고 30명 가까이가 부상했다. 부상자 수십 명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체포됐다.
또 군부의 24차례에 걸친 진압으로 100여명이 다쳤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매일 군부가 반 쿠데타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 지도자, 국회의원, 예술가, 활동가, 승려 등 시민불복종운동과 관련해 64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5개 '2222' 등장…1998년 '8888' 항쟁에 빗대 민주화 촉구
시위대는 '5개의 2', 즉 '2222' 시위에 모든 시민이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2월 22일 오후 2시에 모이자"는 뜻을 담은 '2222'는 미얀마 민주화 상징인 1988년 8월 8일 '8888항쟁'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1988년 8월 8일에 양곤의 대학생이 주축이 되어 일어난 반 군부 민중항쟁(양곤의 봄)은 평화적인 시위로 시작됐으나, 국가평화발전위원회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새로운 군부의 진압으로 시민, 대학생, 승려 등을 포함 수천 명이 희생됐다.
미얀마에서는 세 손가락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군부 독재 저항' '군부 반대'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세개를 펴고 집회를 하고 있다. 세 손가락 위는 영화 헝거게임에서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민중이 쓰는 사인이다.
세 손가락 시위는 2014년 태국시위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에도 등장한 대표적인 저항의 표현이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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