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박철우(36)는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 앞서 자신의 SNS 계정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박철우는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며 분노에 찬 글을 게재했다.
배구팬들이라면 박철우의 말이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박철우와 이 감독의 악연은 200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철우는 배구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던 중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 감독에게 테러에 가까운 폭행을 당했다.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박철우(36)가 18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안산)=김영구 기자 |
박철우는 폭행을 당한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철우의 얼굴에는 피멍이 들어있었고 복부에도 상처 자국이 선명했다.
이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프로 선수가, 그것도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배구계에서 커리어가 끝났어야 할 이 감독은 불과 2년 뒤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감독관에 선임됐다. 이듬해에는 대한배구협회의 징계가 해제되면서 경기대학교 배구부 감독까지 맡았다.
이후 방송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 4월 K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으며 배구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프로팀 사령탑으로 일하고 있다.
이상렬 KB손해보험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이 감독은 올 시즌 KB손해보험을 현재까지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잊히는 듯 했던 과거 악행이 최근 이재영, 이다영, 심경섭 등 현역 선수들의 과거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진 뒤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감독은 지난 17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일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해당 내용을 기사로 확인한 박철우는 18일 OK금융그룹전 종료 후 “기사를 읽고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고 말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인터뷰에서는 이 감독에게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철우가 공개적으로 이 감독의 폭행 문제를 언급한 만큼 이 감독과 KB손해보험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놔야 한다. 미성년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이 시간이 흘렀다고 무조건 용서되는 것이 아니듯 이 감독의 잘못 역시 12년의 세월 속에 사라진 게 아니다. gso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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