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 인터뷰에 “자신을 정당화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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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한국전력의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36·왼쪽 사진)가 12년 전 자신을 폭행한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오른쪽 사진)을 공개 비판했다. 앞서 이 감독은 2009년 국가대표 코치 시절 주축인 박철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구타한 바 있다.
박철우는 18일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0-25 25-21 25-15 25-19) 역전승을 거둔 뒤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관례상 패한 팀의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만큼 박철우는 “이겨서 인터뷰실에 오고 싶었다”고 작정한 듯 질문에 가감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최근 이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이 커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인터뷰를 자청한 까닭을 설명했다.
박철우는 경기 전 인스타그램에 “정말 피꺼솟이네”라며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피꺼솟’은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를 줄여 이르는 신조어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을 때 주로 쓰인다.
박철우는 인터뷰에 앞서 시즌 중 순위 경쟁이 한창일 때 이런 얘기를 꺼내 KB손보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양해부터 구했다.
이어 “아침에 이 감독의 기사를 봤는데, 하루종일 손이 떨리더라”며 “KB손보의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라며 잠시 말끝을 흐렸다.
아울러 “경기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며 “조용히 참고 지내고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할 말은 꼭 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감독은 구타 사건으로 ‘무기한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2년 후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임명돼 복귀했다. 이후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KB손보 사령탑에 올랐다.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서 국위선양을 했던 공로를 참작해야 한다는 목소리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다.
그는 전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의 경기에 앞서 인터뷰에 나서 여자 프로배구 쌍둥이 이재영·다영 자매(흥국생명)가 과거 학교폭력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와 국가대표 자격 박탈의 징계를 받고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경험자’로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이 감독은 이 자리에서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며 “배구계 선배로서 조금 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철우는 이 감독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대학 지도자 시절 이후에도 폭력 성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철우는 “(이 감독에게)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며 “그 일이 있었을 때도 고소를 취하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지도자가 되시길 기대했다”며 “그런데 선수들한테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몇년 전까지 내 귀에 들어오더라”고 주장했다.
박철우는 고교 지도자 때부터 이 감독의 체벌은 유명했다고 주장했다.
박철우는 “지고 있을 때면 얼굴이 붉어져 돌아오는 선수가 허다했다”며 “다 내 친구이고 동기들”이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몇몇은 기절했고, 몇몇은 고막이 나갔다”며 “그런데 그게 과연 한번의 실수인가”라고 되물었다.
거듭해서 “한번의 감정에 의해 한번 그랬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사랑의 매도 있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고 일갈했다.
이와 함께 “(이 감독이) 인터뷰에서 ‘내가 한 번 해봤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재차 말하지만 사과 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안 해도 된다”며 “보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바라는 건 전혀 없다”며 “그런데 자신을 정당화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진정으로 그 분이 변하셨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을까”라며 “좋은 지도자가 됐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있을까”라고 거듭 되물었다.
나아가 “(폭력 지도자 건을) 정면 돌파해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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