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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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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돌아온 김홍도 화풍 '호렵도' 베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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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서 전시

웅장한 산수 표현·정교한 인물 묘사, 수준 높은 궁중화풍

"지금까지 알려진 호렵도 가운데 가장 예술적 완성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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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청은 증오와 배척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그들의 문물이 대거 유입되면서 새로운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랑캐가 사냥하는 그림이라는 뜻의 호렵도(胡獵圖)가 대표적인 예다. 청 황제의 사냥 장면을 묘사한 것인데, 무비(武備)를 중시한 정조(1752-1800)의 군사정책과 맞물려 제작이 가속화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9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한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을 18일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에서 공개했다. 비단 바탕의 여덟 폭을 연결한 길이 392㎝·높이 154.7㎝ 병풍이다. 산수 표현과 화면 구성이 탁월하고, 인물과 동물이 생동감 있게 묘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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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모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청나라 황제의 가을 사냥 장면을 그린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호렵도 가운데 예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홍도 화풍의 조선시대 산수 표현에 이국적인 그림 주제와 인물을 묘사했다"며 "북학 정책 속에서 자존의식을 지키고자 한 정조 대 외래문화의 수용 태도와 상통한다"고 말했다.


제1~2폭은 스산한 가을 분위기의 산수를 품고 있다. 제3폭에는 화려한 가마를 타고 길을 나서는 황실 여인들, 제5폭에는 푸른 바탕에 흰 용이 새겨진 복식 차림의 청 황제와 다양한 자세의 기마 인물들이 각각 담겼다. 제7~8폭에는 호랑이와 사슴을 향해 활을 겨누거나 창과 무기를 휘두르는 사냥꾼들이 역동적으로 묘사됐다. 정 교수는 "오른쪽의 장엄한 산에서 시작해 왼쪽의 평원으로 이어지는 율동적인 전개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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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렵도를 처음 그린 화가는 김홍도로 전해지나 그의 작품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기록으로만 남아있다. 현재 국내에 남은 호렵도 병풍 대부분은 민화풍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호렵도는 웅장한 산수 표현과 정교한 인물 묘사에서 수준 높은 궁중 화풍을 보여준다.


문화재청 측은 "조선 호렵도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서 이번 환수의 의미가 남다르다"며 "민화 중심이었던 호렵도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전시·교육 등에 폭넓게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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