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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완주] 이현호 기자 = '투지(鬪志)'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최철순(34, 전북현대). 그는 상대 공격수가 지치는 걸 보면 더 힘이 솟는다고 한다.
최철순은 2006년 전북에 신인으로 입단해 줄곧 전북에서만 뛴 원클럽맨 수비수다. 프로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올라서더니 그해 전북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2009년에는 전북이 첫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최철순은 전북의 K리그 8회 우승, ACL 2회 우승을 모두 함께했다. 지난해에는 FA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2020년에 은퇴한 레전드 이동국(41)보다 우승컵이 더 많은 선수다.
공교롭게도 최철순이 상주상무에서 군생활을 하던 시절 전북은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최철순은 2012년 하반기에 입대해 2014년 상반기에 제대했다. 전북은 2012년과 2013년을 무관으로 보냈다. 최철순이 돌아온 2014년에는 다시 K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또한 최철순은 상무에서 뛰던 2013년에 K리그2 우승과 K리그2 베스트일레븐을 차지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A매치 11경기에 출전했다.
어느덧 전북 최고참이 되어 베테랑 이동국의 역할을 맡고 있는 최철순을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K리그 통산 389경기에 출전했다. 곧 400경기 대기록을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꾸준히 활약한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비결은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장점을 많이 보여주다 보니 많은 경기에 뛴 것 같다. 감독님들이 잘 믿어주신 덕분이다. 평소 잠을 잘 자고 식단관리를 하면 된다.
-우승을 정말 많이 했다. 특히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우승했다.
우승은 항상 고프다. 매년 우승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2006년 ACL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신인이기도 했고 당시 팀 상황이 어려웠다. 아쉽게도 저는 결승 2차전(시리아 개최)에 가지 못했다. 2007 캐나다 U-20 월드컵 소집이 있었다. TV로 우승을 지켜봤다. 우승 메달은 나중에 전달받았다.
-프로 데뷔 이전에는 센터백으로 뛰었는데 어떻게 측면 수비로 바꿨나.
학창시절에 항상 중앙 수비수였다. 중앙 수비수 치고 키가 작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헤딩도 자신 있었다. 그러다가 전북에 입단하자마자 최강희 감독님이 '키가 작으니 측면 수비로 뛰어라'라고 하셨다. 지금도 중앙 수비를 맡으면 자신 있다. 수비 포지션에서는 어느 자리든 다 뛸 수 있다. (키 얘기가 나왔는데 프로필 키가 175cm로 되어 있다.) 175cm? 아니다. 171~172cm 사이다.(웃음) 몸무게는 20살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70kg를 유지하고 있다.
-좌우 측면 수비수로 뛰면서 매년 치열한 경쟁을 했다. 장지현, 박규선, 김정겸, 이규로, 김창수, 이용 등. 최근에는 올림픽 대표팀 수비수 이유현이 전북으로 이적했다.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한 것 같다. 제 장점을 살린 덕분에 지금까지 왔다. 최강희 감독님 계실 때는 '매년 제 경쟁자를 영입한다'며 하소연도 하고 앙탈도 부렸다. 전북에서 여러 선수들을 보며 배운 게 많다. 저에게 플러스 요인이 됐다.
-요즘은 데이터 장비로 활동량을 측정한다. 체력 순위는 어떻게 나오는지.
높게 나오진 않더라. 어렸을 때 데이터를 측정했으면 정말 잘 나왔을 것 같다. 그때는 공격으로 안 나가야 할 타이밍에도 나갔다. 지금은 공격수들을 도와주려는 플레이를 한다.
-90분 내내 투지 넘치게 뛴다. 매경기 어떤 마음으로 나가는가.
운동장에서 쓰러져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오늘만 산다, 내일 죽는다는 마음으로 뛴다. 강하고 투지 넘치게 하지만 때로는 거친 플레이로 이어져 파울이 된다.
-악착같이 공격수들을 쫓아다닌다.
측면 선수들은 페이스 싸움이다. 제가 압도하면 상대가 힘들고, 상대가 압도하면 제가 힘들다. 상대 공격수가 지치는 걸 보면 쾌감을 느낀다. 호흡을 헉헉대면서 힘들어하면 기분이 짜릿하다. '내 페이스대로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한다. 기사로 "최철순이 누구를 지웠다"는 표현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
-"지웠다"는 말을 들으니 과거 ACL에서 우사미(당시 감바오사카), 아드리아노(당시 FC서울), 오마르(알 아인)를 지운 적이 있다. 그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와서 90분 동안 한 선수만 쫓아다녔다.
부담감이 컸다. 진짜 목숨 걸고 막았다. 이 선수를 지우지 못하면 다음 기회가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했다. 자세히 보면 몇 번 뚫리긴 뚫렸다.(웃음) 큰 위기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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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최재희 군)이 축구선수를 꿈꾼다고 들었다.
축구를 너무 좋아한다. 최근에 전북 U-8 육성팀 입단테스트를 봤다. 그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더라. 제가 재희를 가르칠 때는 취미로 가르쳤는데 테스트를 지켜보니 이러다가 금방 뒤처지겠다고 생각했다. 제 어릴 적과 비교하면 시스템, 환경이 너무 좋아졌다. 저보다 훨씬 공을 잘 차는 선수가 되리라 기대한다. 저같은 스타일 말고 김보경, 이승기처럼 공 예쁘게 차는 선수로 컸으면 한다. (재희 군이 원하는 포지션은?) 미드필더 하고 싶다고 한다.
-최고참 이동국이 은퇴한 뒤로 최고참이 됐다.
동국이 형이 위에서 잘 뭉쳐줬다. 저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승하려면 팀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 선수단 융화,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이 어렵지 않도록 하겠다.
-김상식 감독의 선수, 코치, 감독 시절을 모두 함께했다. 감독 부임 뒤 달라진 게 있다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운동장에서 카리스마 넘친다. 감독님 덕분에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저는 경기 전날 오전에 운동하고 사우나에 가는 루틴이 있다. 예전에는 항상 김상식 감독님이 계셨다. 원정경기 호텔 사우나에서도 감독님을 자주 만났다. 근데 코치에서 감독이 되신 후로 사우나에서 볼 수 없다.
-김상식 감독이 따로 기대하는 플레이는.
최강희 감독님은 '70분 지나면 너 따라갈 선수 없다. 그때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하셨다. 모라이스 감독님은 '공격에 올라가 드리블도 하고 슈팅도 때려라'라고 하셨다. 김상식 감독님은 어떤 걸 시킬지 아직 모르겠다. 시키는 대로 다 할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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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게티이미지, 전북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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