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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계 폭탄 된 학폭 논란, '과거사'로 미룰 일 아니다[SS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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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김세영 등이 29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며 경기를 마치고있다. 2020.12.29.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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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프로스포츠는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 학교 폭력 이슈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V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V리그 여자부를 대표하던 이재영, 이다영(이상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자가 연이어 나오고 있고, 구체적으로 증언한 폭행의 수위도 꽤 높은 편이다. 단순 폭행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의 크기가 상상 이상이다. 쌍둥이가 출연한 방송의 온라인 영상은 삭제되거나 비공개로 전환됐고, 두 사람을 모델로 내세운 자동차 브랜드도 감추기에 들어갔다. 대중이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설상가상 남자부에서는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이 또 다른 가해자로 드러났다. 앞으로 또 어떤 선수가 도마 위에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배구계가 시한폭탄을 떠안고 초긴상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겨울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로 떠오른 V리그에 악재가 될 사안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며 좋은 흐름을 기대했던 여자대표팀 입장에서도 상상하기 싫은 일이 터졌다. 분명한 위기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배구계 문화를 정화하고 새롭게 할 기회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만연해 있던 고압적인 분위기, 나아가 폭력까지 정당화하던 문화를 뿌리 뽑고 건강한 생태계를 가꿀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해자들에게 적절한 징계 조치를 취하는 게 우선이다. 흥국생명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야구의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만 해도 2018년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의 학교 폭력 전적을 확인한 후 정규시즌 50경기 출장 정지의 자체 중징계를 내렸다. 아마추어 야구를 이끄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며 사실상 국가대표로 뛸 수 없도록 선을 그었다. 지난해 NC는 2021년도 1차 지명 신인 김유성의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나자 지명을 철회했다. 김유성의 프로 입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프로 구단이 이번 사안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 치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면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팀은 물론이고 V리그 전체를 피해자로 만들 우려가 따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영구제명 수준의 징계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자와 대중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징계는 내려야 더 큰 파장을 막을 수 있다. 송명근과 심경섭의 경우 과거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번 시즌 잔여경기 출전을 포기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V리그에서 알아주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충분히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지 않고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한다면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된다’라는 그릇된 인식만 강화될 수 있다. 배구 유망주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준의 징계가 필요하다. 가해자의 반성을 이끌어내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나아가 어린 선수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차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배구계 자체의 반성과 변화는 필수다. 특히 좋은 선수를 배출하기 위해 폭력과 악습을 용인하고 피해자를 방관하기만 했던 지도자들은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인성이야 어떻게 되든 프로선수만 만들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버리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스스로 자정하지 않으면 더 많은 괴물이 나타날 수 있다. 비단 배구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체육계 전반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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