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주체’ 개인투자자들
막대한 유동성… 초저금리 장기화
은행·부동산서 주식으로 돈 몰려
유튜브 등 정보 비대칭 해소 기여
현세대, 노동·자본소득 함께 추구
상승·하락 반복하는 증시 사이클
경험 적은 ‘주린이’ 빚투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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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시대’와 관련해 증시 전문가들은 거대한 ‘머니 무브’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변화의 주체가 개인투자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를 통해 노후 대비를 비롯한 경제활동 전반이 바뀌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자본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자금 흐름의 변화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례없는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초저금리가 장기화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640조7257억원에서 지난달 626조8920억원에 이르기까지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정기적금 또한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언제라도 빼 쓸 수 있어 단기자금 성격의 돈이 머무는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고도 지난달 10조원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도 한몫 거들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은행에서 증권으로,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로 투자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기관·외국인·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유동성 공급이 늘고, 국내 기업의 ‘레벨 업’이 합쳐진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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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의 역할 확대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구조적, 장기적 변화를 맞이하며 저변과 수급이 보다 탄탄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우선 지난해가 시중에 풀린 돈의 힘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장세였다면, 올해에는 기업의 수익이 주가에 반영되는 실적 장세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은 가격 대비 수익률이 낮아지는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집중이 장기화했다”며 “선진국에서는 소득이 올라가면 실물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개인투자자의 수와 자금 규모가 늘어난 것뿐 아니라 똑똑한 개인투자자가 늘었다는 점도 최근 자본시장의 고무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도서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에 이르기까지 투자와 관련한 정보 채널이 증가했다. 이를 통해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된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전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투자가 늘고 있다”며 “테슬라에 대한 ‘팬덤 이코노미’가 연관 기술이나 유사 종목의 탐색으로 이어지는 등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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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 만한 채널이 늘어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 범람이 될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분리된 개인이었던 개인투자자들이 지금은 정보가 늘고 연결성이 확대되며 메인 스트림이 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양질의 정보가 많아졌지만, 시장에 좋은 정보도 많다”며 “증시가 조정을 받는 시점에 유튜브 주식 채널들의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대의 경우 구직난이 장기화하고 예전 같은 월급 인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현실도 크게 작용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로금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며 “투자는 경제활동에 있어 필수조건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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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동소득에 거의 100% 의존하던 직장인의 수익 구조에 주식투자와 연금, 보험 등이 중첩되며 보다 다층적인 스펙트럼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세대는 30~60세의 소득으로 생계와 자녀교육, 노후까지 대비해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함께 추구해야 안정적인 노후 준비가 가능하다”며 “주식은 채권과 예금 등 여타 금융자산보다 장기 기대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노후 대비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3000의 막이 열릴 즈음에 주식시장에 뛰어든 ‘주린이’의 경우 장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증시 사이클에 대한 경험이 적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방향 베팅은 위험하다”며 “종목과 섹터, 지역(국내외)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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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주식시장의 경우 장·단기 변동성이 크다. 이는 빚의 만기가 짧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시점에 갚아야 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무한정 빚에 의존하면서 주가 상승만을 기대하기보다는 하락장에 대비하며 월급 규모 등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욕심이 빚투 현상으로 이어지는 듯하다”며 “증시 조정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의 수익을 일시에 반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경제부 종합 papenique@segye.com
도움 주신 분(가나다순) 고태봉 하이투자증권·김지산 키움증권·김학균 신영증권·김형렬 교보증권·노근창 현대차증권·신동준 KB증권·신지윤 KTB투자증권·오태동 NH투자증권·오현석 삼성증권·이승우 유진투자증권·최석원 SK증권·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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