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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군부에 저항’ 미얀마 공무원들 업무 복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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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네피도 등 수만명 거리시위

교사·의료진·항공관제사 등 참여

군, 법원 허가 없이 구금·압색

한밤 시민들 체포…UN, 규탄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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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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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거리 시위가 9일째 이어졌다. 교사 등 공무원들은 업무에 복귀하라는 군부의 명령에 불응해 계속 시위에 나섰고, 군부는 시민운동가 등 수백 명을 체포하고 시민보호법의 효력을 중단시키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경찰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미얀마 여성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 제2 도시 만달레이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거리 시위는 지난 6일 시작된 뒤 하루도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전날에 이어 교사, 의료진, 항공 관제사 등 공무원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난 11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이 군정 공보국 성명을 통해 공무원들의 시위 참여 자체를 촉구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앞서 13일은 미얀마 독립영웅이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의 생일이기도 해, 시위대는 아웅산 장군과 관련된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휴일(유니언 데이)인 12일에는 이번 쿠데타 이후 최다인 수십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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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야간 납치를 중단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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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군부가 한밤 중에 체포 작전을 벌이는 데 대해 “야간 납치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순찰조를 꾸려 밤 중에 냄비와 물통 등을 두드리며 대응하고 있다. 군부는 현재 약 300명의 시민, 공무원 등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12일 “적법한 절차 없이 공무원, 승려 등 35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고,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은 성명에서 “쿠데타 이후 최소 326명이 체포됐고, 이 중 303명이 구금 상태”라고 주장했다.

군부는 13일 ‘개인의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보호법’(제5·7·8조)의 효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시민보호법은 법원 허가 없이 24시간 이상 구금할 수 없고 압수수색 때는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항들이 담겼다. 군부가 법적 절차 없이 시위 참가자 등을 체포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힌 것이다.

이번 시위의 첫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지난 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실탄 사격으로 쓰러진 여성(20)이 뇌사 상태에 빠졌고, 가족들이 산소호흡기 제거에 동의했다고 13일 전했다. 산소호흡기가 제거되면 이 여성은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첫 희생자가 된다. 이 여성의 가족은 “막내에게 벌어진 일로 가족들의 슬픔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동생의 고통을 보상하기 위해 온 국민이 군부독재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싸워 달라고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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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반대 플랑카드가 걸린 가운데, 미얀마식 전통 족구인 칭롱 경기가 열리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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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의 압박도 이어졌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12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인권이사회 47개국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특별 회의에서 자의적으로 구금된 모든 사람을 즉각, 조건 없이 석방하고 투표로 선출된 정부의 복구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쿠데타 이후 군부가 저지른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는 미얀마 의원 약 300명의 서한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회의 자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얀마 쿠데타를 지시한 군부 지도자를 즉각 제재하도록 하는 새 행정명령을 승인하고, 군부 지도자들과 관련된 기업 및 가까운 가족을 제재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첫 (제재) 대상을 확정할 것이며 강력한 수출통제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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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미얀마 양곤 거리에서 시민들이 쿠데타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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