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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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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창단의 땅' 거제에서 ACL 8강 기운으로 '우승'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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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거제, 이성필 기자] "우승을 외치는데 솔직히 걱정이네요."

'전통 명가' 수원 삼성은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임생(50) 감독이 중도 사임하고 박건하(50) 감독이 중도 지휘봉을 잡아 어렵게 잔류에 성공했다.

과거 화려했던 선수층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컸다.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제 식상한 수준이 됐을 정도로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커졌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야?'라고 물음표를 붙일 정도였다.

그나마 염기훈(38), 김민우(31), 양상민(37) 등 국가대표를 경험했던 이들이 버팀목이었다. 상주 상무 전역 후 이적한 한석종(29) 정도가 수원이 할 수 있는 외부 수혈이었다. 득점 기계였던 애덤 타가트(28, 세레소 오사카)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다.

잔류 후에도 과제는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라는 과제는 남아 있었다. 이미 빗셀 고베(일본), 조호르 다룰 타짐(말레이시아)에 전패, 정상적이었다면 탈락 위기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상황을 바꿨다. 카타르 도하에서 잔여 경기와 녹아웃 스테이지를 치르기로 했고 조호르는 불참을 선언, 고베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만 상대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와 염기훈을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려 나섰다. 올 시즌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었지만, 일단 경기를 치르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상빈(19), 강현묵(20), 김준형(25) 등 젊은 선수들은 벤치에서 국제경기 운영법을 배웠다.

그런데 광저우와 두 번 모두 비기고 고베를 이기면서 16강에 오르더니 '공격 앞으로'의 팀이었던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 3-2로 이기며 8강에 오르는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김태환(21), 한석종 등이 패기를 앞세워 요코하마를 흔들었고 승리했다. 고베와 다시 만난 8강은 정말 아까웠다. 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고 승부차기에서 6-7로 패하며 4강 티켓을 양보했다.

하지만, ACL 경험은 선수단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제주도를 거쳐 경남 거제에서 2차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 수원에는 ACL 8강 기운이 지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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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경남FC에서 뛰었던 외국인 공격수 제리치(28)의 합류로 공격에 무게감이 생겼다. 제리치와 함께 투톱으로 뛰는 그림을 만들 수 있는 공격수 김건희(26)는 "훈련에서 제리치가 보여주는 슈팅의 질이 다르다. 수원은 전통적으로 앞선의 외국인 공격수가 힘과 결정력을 갖췄는데 제리치가 그 역할을 이어갈 것 같다. 만약 같이 뛴다면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격 모든 위치에서 뛸 수 있는 '열정남' 한석희(25)도 마찬가지, 그는 "부상으로 ACL에 나가지 못했는데 동료들이 정말 열심히 보여주더라. K리그와 ACL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모습을 보니 자극제가 되더라. 첫 훈련이 끝나고 다들 '우승하자'고 했는데 말이 아닌 진짜로 할 수 있는 목표다"라며 올해는 다른 수원이 될 것을 강조했다.

분위기는 좋다. 경험이 많은 염기훈에게는 후배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양상민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노련미가 있는 베테랑이 선수단 내에 있는 것은 분명 한 시즌을 끌고 가는 과정에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다.

염기훈은 "선수들의 단합이 너무 잘 된다. ACL에 다녀온 것이 정말 큰 것 같아. 특히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온 것이 보인다.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제리치 등 외국인 선수들이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관건이다. 감독님도 선수단이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적해 주신다"라며 ACL 효과가 상상 이상임을 전했다.

젊은 선수들의 강한 의지를 바라보는 박 감독의 마음은 미묘하다. 그는 전지훈련 내내 언론에 "수원의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다. 다른 구단처럼 공격적인 보강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힘들기에 젊은피들의 꿈과 베테랑들의 경험으로 올 시즌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우승'을 외치는 선수단에는 고맙다. 그렇지만, 박 감독은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일단은 팀에 드리워진 나쁜 습관부터 지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만 된다면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지난해에는 중도 부임 후 경기를 치르기에 급급했는데 올해는 틀을 잡아서 잘 가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마침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는 거제는 1996년 창단한 수원이 초석을 다진 곳이다. 초대 김호 감독과 함께 삼성중공업 내 잔디구장에서 창단을 준비해 K리그에 도전한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훈련 장소는 다르지만, 거제에서 '온고지신'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창원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지만, 거제에서 옛 기억을 거울삼아 새롭게 출발하려는 수원이다.

스포티비뉴스=거제,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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