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예측했던 터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 골깊은 파벌싸움이 계속됐던 종목단체의 회장 선거 후유증이 도를 넘고 있다. 체육계의 파벌싸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치닫고 있는 갈등 양상을 살펴보면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과연 무엇인지 체육계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듯 싶다. 파벌싸움이 심한 종목의 공통점은 결국 하나로 모여진다. 돈이 도는 종목이다. 체육권력을 획득해 이 돈을 자기편의 입맛대로 맘껏 쓰자는 게 파벌싸움의 숨어있는 진짜 목적인 셈이다.
파벌싸움의 양상도 종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예전에는 싸움을 하더라도 대한체육회의 눈치를 보는 시늉은 했다. 그러나 지금은, 웃기는 소리다. 숫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눈을 부라리기 일쑤다. 체육회 알기를 우습게 여긴다. 최근 막을 내린 종목단체 회장 선거에서 ‘막가파식 행동’으로 선거불복 내지 소송에 나선 종목단체는 컬링 레슬링 승마 등 여럿이다. 대한체육회 통제를 벗어난 이들의 행동은 숫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결과를 불복하고 몽니를 부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할 만하다.
컬링은 대한체육회의 콧대높은 권위에 깊은 상처를 냈다. 절차상의 문제을 들어 선거결과를 무효로 선언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체면만 구겼다. 대한컬링경기연맹 선관위는 ‘선거무효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 아니다. 체육회의 시정조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무효 결정을 취소할 수는 없다. 연맹과 체육회의 회장선거 관리규정과 정관,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 어디에도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을 취소시킬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이게 바로 최근 달라진 체육계의 움직임이다. 예전에는 체육계의 다툼과 갈등이 대한체육회의 테두리안에서 조정되고 협의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기 편에 유리하지 않으면 체육회를 배제하고 갈등의 해결을 사법부의 판단으로 넘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체육의 문제가 법의 문제로 확대되고 서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받는 파벌싸움의 연속은 체육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것은 물론 체육을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정적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체육은 적어도 스포츠맨십이 통용돼야 하며 그 원칙과 질서가 상식의 잣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할 게다. 그래야 체육이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너도 나도 체육회의 권위를 무시하고 파벌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는 흐름이 도드라지고 있는 건 체육계의 수치다. 그 수치스런 옷을 벗어던지고 파벌싸움의 깊은 골을 메우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화합과 포용,사랑과 연대 등에 기대기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녹록치 않다. 체육이 지닌 고귀한 가치로 파벌의 깊은 갈등의 골을 메우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가깝다. 체육계가 더이상 가치와 명분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게 입증된 지는 오래다. 아직 체육의 전체적인 수준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고 시민사회의 눈높이에 견줘 처져 있다는 걸 고려하면 답은 하나다.
체육이 가치와 명분에 움직이지 않는다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으로 자극을 주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체육은 정의와 명분보다 불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따라서 파벌싸움이 심한 종목엔 정의와 명분으로 계도(啓導)하기 보다는 불이익을 주는 편이 훨씬 낫다. 지원금을 줄이거나 더 나아가 회원종목 단체가 누리는 각종 혜택을 빼앗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해당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비를 내고 해외대회를 출전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파벌싸움을 벌이는 종목이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걸 냉정한 현실로 보여줘야 한다. 툭하면 몽니를 부리고 파벌싸움을 일삼는 몇몇 종목에 보여줘야 하는 대한체육회의 달라진 모습은 이거 하나밖에 없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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