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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인터풋볼 'Inter뷰'

[Inter뷰] 김동준, "라떼(latte)는 말(horse)이야? 처음 들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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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이현호 기자 = 어느덧 중고참 골키퍼가 된 김동준(26, 대전하나시티즌)이 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신조어를 배우고 있다.

1994년생 김동준은 올해로 만 26세, 한국나이로 28세다. 학창 시절 풍생고, 연세대를 거쳐 2016년 성남FC에서 프로 데뷔했다. 성남에서 김학범, 남기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주전으로 거듭난 그는 K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발돋움해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팀,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성남에서만 4시즌을 보낸 김동준은 2020시즌을 앞두고 이적을 결심했다. 당시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대전을 택한 것이다. 김동준은 허정무 이사장의 러브콜을 받고 높은 이적료와 함께 K리그2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 FA컵 2라운드 춘천시민축구단(K3)전에서 전반 19분 만에 큰 부상을 당했다. 이 부상으로 인해 남은 2020년 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대전 2년 차를 맞이한 김동준을 '인터풋볼'이 만났다. 김동준은 후배들과의 세대차이, 1부리그 성남에서 2부리그 대전으로 이적한 배경, 큰 부상을 극복해낸 심정, 새 시즌 다짐 등을 속시원하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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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김동준 일문일답]

-대전은 전체적으로 어린 팀이다. 벌써 중고참이 됐는데.

올해 한국나이로 28세다.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제가 벌써 고참급이다. 작년에도 젊은 팀이었는데 올해 더 젊어졌다. 후배들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 걱정이다. '이걸 못 따라가면 어떡하나, 대화가 안 되면 어떡하나' 생각한다. 더군다나 저는 거칠게 생겨서 후배들이 다가오기 어려워한다.

-벌써 세대차이를 느끼나?

이번 전지훈련 와서 처음 배운 말이 있다. 꼰대스러운 행동을 할 때 '나 때는 말이야'라는 표현이 있다. 이걸 요즘에는 영어식으로 'Latte(라떼) is horse(말)'라고 하더라. 정말 충격을 받았다. 땀이 날 정도로 충격이었다. 너무 놀랐다. 요새는 줄임말도 많이 나온다. 저는 좀 옛날 말을 많이 써서 신조어가 어렵다. TV를 안 봐서 연예인도 잘 모른다.

-실례지만 'Latte is horse'는 몇 년 전부터 사용한 표현이다.

...(순간 정적) 그게 더 충격이다. 'Latte is horse'를 몇 년 전부터 썼다니. 작년에는 '커엽'을 처음 들었다. (커엽은 '귀엽'과 시각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귀엽다'의 대용으로 종종 쓰인다.) 커엽은 크다는 뜻인 줄 알았다. 계속 '크다 크다' 하길래, '아 쟤 크구나' 생각했다. 제가 취미도 젊은 감성이 아니다. 캠핑이나 낚시, 귀농에 관심이 많다. 제 꿈이 텃밭 꾸미고 오순도순 사는 거다. 그래서 요즘 감성에 관심이 없다.

-그래도 주변에 물어볼 후배들이 많지 않나. 크게 어려움은 없을 텐데.

후배들이 귀찮아할 것 같다.(웃음) 더 피할 것 같다. '츤데레'도 옛날 말인가? 제가 츤데레 스타일이다. 표현은 거칠게 해도 잘 챙겨준다. 특히 훈련장에서 골키퍼 후배들을 혼내다가도 뒤에서 잘 챙겨준다.

-팀이 젊은 만큼 중고참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올해는 베테랑 역할이 중요하다. 어리고 젊은 선수들이 많을 때 연패에 빠지면 답이 없다. 선수들이 경험이 없다보니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반대로 연승을 타면 분위기가 정말 좋을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은 재밌게 떠들면서 연승을 즐긴다. 주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장 및 고참들이 잘 이끌어야 한다.

-작년에 큰 부상을 당했다. 지금 몸상태는 어느 정도인지.

몸상태가 많이 올라왔다. 아직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남아있다. 공이 오른쪽으로 오면 몸이 경직된다. 빨리 극복해야 한다. 지금은 몸이 70%까지 올라왔다. 남은 30%는 개막 전까지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안 다치려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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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선수단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무거웠겠다.

201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부상당한 입장에서 동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도움 될 게 별로 없어서 속상했다. 경기 끝나면 '수고했다' 문자 해주는 정도? 그마저도 부담이 될 것 같았다. 현장에 없으니 큰 도움을 못줘서 미안했다. 작년에도 중참으로서 중심을 잡아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서 미안했다.

-머리가 많이 길었다. 부상으로 인한 심적 변화가 있었나.

작년에 부상당한 날부터 계속해서 머리를 기르고 있다. 머리 기르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이참에 머리를 기르자고 결심했다. 훈련할 때에는 머리를 위로 묶는다. 경기에 나갈 때에도 머리를 묶으려고 한다.

-성남에서 대전으로 옮긴 지 1년이 됐다. 그 배경은?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성남은 K리그1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 아니다. 항상 '잔류'를 목표로 하는 팀이다. 잔류만 생각하기에는 내 성에 안 찼다. 그래서 2부리그로 내려왔다. 대전은 '승격'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그 타이틀을 따기 위해 이적을 결심했다.

-허정무 이사장님의 역할이 컸다고 들었다.

허정무 이사장님은 한국축구의 레전드다. 그런 분이 제게 직접 관심을 주고 손을 내밀어주셨다. '내 인생에서 저런 분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때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을 때였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던 찰나에 허 이사장님의 연락을 받아서 마음이 움직였다. 지금도 만날 때마다 잘 챙겨주신다.

-이민성 감독님이 새로 부임했다. 어떤 스타일인지.

아직까지는 체력훈련 위주여서 축구 스타일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생활면에서 규율이 확실한 것 같다. 이민성 감독님은 김학범 감독님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같이 계셨다. 그래서인지 김학범 감독님과 비슷하다. 또 남기일 감독님과도 비슷하다. 저는 이미 김학범, 남기일 감독 스타일에 적응돼서 이민성 감독님이 편하다.

-새 시즌 바라보는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다. 구단은 승격을 위해서 저를 비싸게 영입했다. 작년에는 제가 다치는 바람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올해는 다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 꼭 대전을 K리그1으로 승격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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