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미투 3년 서지현 “박원순 시장 성추행 사건에 침묵한 이유는...”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해 국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25일 지난 3년간의 소회를 전하며 “여전히 성폭력이 넘쳐난다”고 했다.

서 검사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매년 1월만 되면 이유 없이 심장이 떨려온다”며 “마치 검사 게시판에 ‘나는 소망합니다’ 글을 올릴 때처럼, 마치 JTBC 뉴스 카메라를 처음 마주 대할 때처럼”이라고 했다. 그는 2018년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성추행 피해를 밝힌 바 있다.

서 검사는 “벌써 3년 전,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볼까 하던 중, 어제 오늘의 뉴스들… 매번 성폭력 소식을 들을 때마다 쿵 하고 떨어지던 심장이 결국 어질어질해진다”고 했다. 이날은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해 직위 해제된 사실이 알려진 날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이날이다.

서 검사는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라며 “여전히 관공서, 정당, 사무실, 거리, 음식점, 장례식장, 하물며 피해자 집안에서까지 성폭력이 넘쳐난다”고 했다.

또 “‘더 이상 여성들은 성폭력을 참고 있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많은 여성이 차마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고, ‘더 이상 사회가 가해자를 옹호하지 않는다’ 하기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음해와 살인적 가해가 넘쳐난다”고 했다.

서 검사는 “대법원에서 모든 사실관계를 인정했음에도 가해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며 “검찰은 어떠한 징계도 하지 않고 있고, 동일하게 민사 소멸시효도 끝나간다”고 했다.

이어 “조직적으로 가열찬 음해를 했던 검찰의 노력이 성공해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나를 ‘정신병자’ ‘미친X’로 알고, ‘정치 하려고 한 일’ ‘인사 잘 받으려고 한 일’로 치부한다”고 호소했다.

서 검사는 또 “이 글에 ‘박(원순) 시장 때는 가만히 있더니’ 라는 조롱글이나 달리겠지”라며 다른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그는 “첫째는 대부분 사건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공무원 신분으로 논란이 될 일은 되도록 피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는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을 마주 대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치유의 과정’이 전혀 없었고, 이는 여전히 아직도 ‘내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발 피해자들 좀 그만 괴롭혀라, 남의 일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들 그러나”라고 했다.

[김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