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작도 전에 예비비 56% 쓴 정부…또 재난지원금
IMF 외환위기 때처럼…1분기 추경, 2년 연속 편성하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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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2년 연속 1분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선을 그었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사실상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가용자원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3차 재난지원금으로 올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예비비 대부분을 썼다. 기획재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에 필요한 9조3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목적예비비 4조8000억원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올해 목적 예비비 7조원 중 2조2000억원이 남았고, 일반 예비비는 1조6000억원이 남았다. 목적예비비는 재해대응 등을 위한 국가 비상금인데, 정부는 올해 총 예비비 중 56%를 이번 재난지원금에 사용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벌써 4차 재난지원금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4일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했고, 같은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이 현실화하면 추경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후속절차로 평가된다. 남은 예비비는 목적과 일반을 다 합쳐도 3조8000억원 뿐이다. 3차 재난지원금 규모인 9조3000억원을 사용한다면 6조원이 더 필요하다. 국채로 메꿀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한 경우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IMF사태를 겪은 1998년·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 등 3번 차례 뿐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편성하는 추경을 1분기부터 준비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2년 연속 1분기 추경편성을 한 경우는 IMF사태 시절인데, 이마저도 ‘감액 추경’이었다. 1998년에는 9000억원, 1999년 1차 추경 때는 1조4000억원을 세출에서 줄였다. 세출이 늘어나는 일반적인 의미의 추경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사실상 첫 2년 연속 추경 편성으로 볼 수 있다.
추경이 한번으로 끝날지도 확실하지 않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율을 역대 최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탈피를 위해서다. 상반기에만 63%가량의 예산이 소진된다. 하반기에 경제불확실성이 대두되면 예산이 또다시 부족해질 확률이 생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지금 돈 없어서 소비를 못하고 있느냐”며 “백신이 빨리 들어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내수가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은 국가안전과 직결되는 것이고 마지막 보루인데 지금 마지막 보루를 무비판적으로 마구 가져다 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전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은) 화수분이 아닌 정부의 한정된 재원으로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 경제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며 전국민 지급에 난색을 보였지만, 정치권의 공세를 막아낼지에 대해선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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