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시와 산문을 쓰는 저자는 노래 이야기라면 "시커먼 밤도 새하얗게 샐 수 있"는 가요 애호가다.
마음의 갈피를 찾지 못하던 청소년 시절부터, 밤새워 시를 쓰고 아침마다 버리던 20대를 지나, 직장에 다니며 두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기까지 그의 일상과 함께한 K팝 역사의 크고 작은 순간을 기록했다.
저자는 삶의 장면 곳곳에 함께 있어 준 노래들에 애정 어린 헌사를 보낸다. "노래를 듣는 동안이나마 우리는 가까스로 희망을 품는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는다. 겨우 3분 동안. 무려 3분이나."
박남정의 '널 그리며'에 맞춰 열심히 기역니은춤을 춰 용돈을 타던 시절을 추억하고, 야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오마이걸의 음악을 무한 재생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계절과 밤낮을 오마이걸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고백한다.
저자가 직접 고른 플레이리스트를 매 장에 수록했다.
제철소. 176쪽. 9천900원.
▲ 유행가들 = 김형수 지음.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논객인 저자가 시대를 관통한 유행가들에 담긴 추억을 풀어내고 그 속의 정서와 사회상을 되짚는다. "옛날이 오늘이 되고 노래 속의 풍경들이 갑자기 나의 것으로 돌변"하는 음악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총 5개의 부로 나뉘어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폭넓은 시대를 다룬다. 신민요와 트로트, 청년문화와 통기타,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불리던 노래들까지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최근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트로트의 통속성을 "우리 정서 특유의 비원의 노래"로 긍정하고, 통기타로 대표되는 1970~1980년대 청년문화는 "듣는 자를 '절대적 수용자'로만 존재할 뿐 창조의 주체로 나설 수 없게 하던 이전 세대의 풍속을 일거에 전복하는 것"이었다고 짚는다.
저자는 "내가 유행가를 듣는 시간은 고향을 사랑하는 시간이고, 내가 거쳐온 풍속사의 향기를 다시 맡는 시간이며, 세상살이에 지친 영혼을 달래고 위무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자음과모음. 228쪽. 1만3천800원.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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