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징계 수위, 허민은 명백했고 구단은 애매했다[SS WHY+]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15일 서울시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진행된 ‘키움 히어로즈 출범식’에서 인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히어로즈 이사회 허민 의장에게 2개월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히어로즈는 지난 2018년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영구 자격 박탈 처분을 받은지 2년 만에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한 또다른 임원이 철퇴를 맞게 됐다.

KBO는 28일 마라톤 회의 끝에 이른바 야구놀이로 갑질을 한 허 의장에게 2개월간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KBO 핵심 관계자는 “허 의장을 징계해야한다는 정운찬 총재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정관과 규약을 들여다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허 의장은 KBO 정관상 임원은 아니지만 구단 등기 이사로 등재돼 있기 때문에 규약을 적용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구단주나 대표이사, 단장이 아니더라도 구단 소속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KBO 회원사 소속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허민 의장이 KBO로부터 2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아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정 총재는 “이번 사안은 구단이 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프로스포츠의 의무를 저버렸고, 구단과 선수간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무너뜨리는 등 리그의 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로 판단했다. 지난 3월 상벌위원회를 통해 히어로즈가 향후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KBO 규약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에 2개월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더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정 총재의 의지였지만, 이번 사태가 법정 소송 등 장기전으로 치닫게 될 경우 정 총재의 업무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일종의 절충안 형태로 징계를 내렸다.

KBO는 징계 사실을 구단에 즉시 통보했다. 허 의장은 이날부터 2월 27일까지 2개월간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정운찬 KBO 총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눈길을 끈 대목은 이른바 팬 사찰로 불리는 CCTV열람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는 점이다. KBO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 위반인지 여부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향후 사법 조치가 이뤄지면 결과에 따라 제재를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안 자체로 리그 품위를 손상시킨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점을 들어 히어로즈 구단과 김치현 단장에게 엄중경고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CCTV를 통한 팬 사찰은 당초 상벌위에서도 심의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가 구장에 설치된 보안용이었고 해당 내용을 구단 임원 등 극소수만 공유했다는 점, 허 의장을 촬영해 언론사에 제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팬에 대해 구단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은 상벌위의 심의 사항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당 팬이나, 이 팬에게 사실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은 이택근이 개인정보보호법(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해 사건화되지 않는 이상 KBO가 먼저 나서서 징계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상벌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벌위에서 심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 총재도 엄중경고 수준으로 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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