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극복 프로젝트-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 ①저출산 원인분석과 진단
과도한 경쟁과 획일화된 가치 속 청년 좌절…경쟁 탈락 ‘니트’ 증가
저성장시대 교육·일자리·소득·주거 불평등 구조화…계층이동 저하
“일 가정 양립…장기적으로 일과 삶이 공존하는 사회 만들어야”
신생아실의 영아들 [헤럴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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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처한 심각한 저출산의 이면에는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부모세대보다 더 못벌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이 많다. 과도한 경쟁에 내던져져 좌절에 빠지고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가는 저출산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접근하지만, 청년은 출산 자체가 삶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상황이다.
2000년대 이후 아무리 노력해도 구조적으로 계층이동이 힘들어지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것이 저출산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 교육·일자리·소득·주거의 불평등은 구조화되고, 청년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 30세 미만 중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은 2013년 53%에서 2017년 38%로 뚝 떨어졌다. 청년 3명 중 1명 만이 계층이동을 꿈꾸고 나머지 2명은 아예 절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근면·성실’과 ‘노력’의 중요성을 교육 받고, 획일화된 목표를 위해 교육경쟁을 벌여온 청년들이 사회 진입 준비 단계에서 구조화된 불평등과 계층 이동성 저하를 경험하면서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탈하는 청년 니트(NEET)가 증가하고 있다. 남재량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친 올해의 경우 니트족은 127만3000명이다. ‘일자리 대란’이 이어진 작년 111만6000명보다 14.7% 늘어난 역대 최대규모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삶의 객관적 조건은 편리하고 좋아졌지만, 행복을 누리기 위한 ‘조건과 기회’는 그렇지 않다는 주관적 인식과의 괴리가 생기고 청년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헝그리(hungry) 사회’에서 ‘앵그리(angry)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 쏠림’이 여전한 것도 저출산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돌봄은 오롯이 ‘여성의 책임’이다. 맞벌이 부부의 주중 가사·육아시간은 아내는 181.7분인데 비해 남편은 6분의 1수준인 32.2분에 불과하다. 여성은 출산·양육기 돌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게 되고 이후 생계형 일자리로 하향 재진입하는 상황이다. 여성의 출산기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육아휴직 사각지대가 많고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도 형편없이 낮다. 고용부의 조사를 보면 2017년 기준 30인 미만 사업체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4%에 그친다.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은 초기 3개월은 80%(상한 150만), 이후 50%(상한 120만)에 불과하다. 남성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은 30% 수준에 그친다.
취업경쟁으로 이어지는 자녀교육의 금전적 시간적 심리적 부담은 비혼과 만혼에 영향을 줬다. 소득상위 20%의 교육비 지출액이 소득하위 20%의 20배가 넘을 정도로 격차가 심각하다. 주택 가격의 급등 역시 결혼을 어렵게 하고 출산율을 낮춘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은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며 “지나친 기업격차와 일자리격차, 그에 따른 취업경쟁과 교육경쟁, 수도권 집중과 학군집중 등을 완화해 청년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일과 삶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일터와 삶터가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곳이 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비용과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즐거움과 희망을 찾을 수는 일이 될 때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출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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