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동학개미 박준영(가명)씨는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언제 매도할지 고민에 빠졌다. 3월 조정장에 본인 명의로 3억원을 삼성전자에 투자하면서 2살 자녀에게도 미성년 증여세 공제 한도인 2000만원 어치만큼 삼성전자 주식을 사줬다.
알고보니 부모님과 할머니도 삼성전자 주식을 3000주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박씨는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뛰어 좋은데 생각지 못하게 대주주 지정까지 고민하게 됐다"며 "장이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언제, 얼마만큼 빼는게 적절할지 상의 중이다"고 말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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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동학개미 사랑을 듬뿍 받았던 삼성전자가 연일 최고가 랠리를 지속하면서 동학개미들이 고민에 빠졌다. '영끌'해 수억 단위 투자했던 이들이 대거 대주주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조정장에서 4만2300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 7일 7만3500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만약 저점에 사서 고점 근처에서 팔았다면 수익률은 74%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날도 오전 11시56분 현재 1300원(1.81%) 오른 7만30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전날 외국인 매도세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대장주인데다 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한국도 망한다'는 인식 속 3월 폭락장에서 동학개미들의 집중적인 순매수가 이뤄졌다. 지난 3분기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62.17%이고, 소액주주 수도 175만여명이다.
이외 대형주 중 LG화학은 올 들어 157% 올랐고 삼성SDI도 138% 뛰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91%) 셀트리온(94%) 현대차(56%), 기아차(45%) 등도 막강한 수익률을 자랑한다. SK그룹주인 SK케미칼은 무려 495%가 뛰었다. SK케미칼의 경우 연초 주식을 2억원 어치만 매수했어도 대주주 요건에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0.10.23/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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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고민하는 건 대주주 10억원 요건에 '가족 합산' 조건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들의 저항으로 당초 내년 4월부터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하향할 계획이었던 것이 연기되면서 현행 10억원 기준은 유지됐다.
그러나 10억원 요건을 유지하면서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범위를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 등을 포함한 '가족 합산'에서 '개인별 과세'로 바꾸겠다는 약속도 함께 철회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인 순매도가 연말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호진 세무사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춘다고 얘기나올 때보단 줄었지만,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주식 양도세 상담 수요가 꾸준히 있다"며 "대개 언제, 얼만큼 줄여야 할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대주주 요건은 올해 말 잔고 기준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1종목 잔고가 1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면 올해 주식 거래 마감일 이틀 전에 매도를 해야한다. 올해는 주식시장 마지막 거래일이 12월30일인만큼 양도세를 피하려면 28일까지 주식을 매도하면 된다. 다만 마지막날까지 주가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민도 하나금융투자 압구정금융센터 상무는 "2018년에는 신라젠이 대주주 기준을 산정하는 마지막날 장이 끝나기 2~3시간 전에 주가가 급등해 이듬해 예상치 못하게 무더기로 대주주가 지정된 적이 있다"며 "변동성이 심한 종목은 순차적으로 여유있게 주식 비중을 줄여놨다가 연초에 다시 사는게 낫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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