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위해 불가피한 원정
코로나 확진자 나와 절반의 성공
모두 귀국하고 완치해야 끝난 것
17일 오스트리아 마리아엔처스도로프에서 열린 카타르와 평가전에서 수비진을 돌파하는 손흥민. 손흥민은 경기 뒤 소속팀 토트넘이 보낸 전세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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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일도 많았던 한국 축구대표팀(이하 A팀) 유럽 원정 평가전(A매치) 2연전이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북중미 맹주 멕시코에는 2-3으로 졌지만, 아시아의 복병 카타르를 2-1로 이기며 자신감을 키웠다. 내년으로 미뤄진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과 최종예선을 앞두고 실전 감각을 깨운 것, 새 얼굴을 테스트한 것은 값진 소득이다. 대표팀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발견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손실도 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려 10명(선수 7명, 지원 스태프 3명)이나 나왔다. 선수단은 현지 체류 기간 내내 불안에 떨었다. 일찌감치 확진 판정을 받은 골키퍼 조현우(울산)와 권창훈(프라이부르크), 황인범(루빈 카잔), 이동준, 김문환(이상 부산), 나상호(성남) 등 6명은 1분도 뛰지 못했다. 황희찬(라이프치히)과 스태프 한 명은 카타르전 이후 추가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자는 앞서 6일 자 칼럼 ‘축구대표팀 유럽 원정, 방역 안전 모범 보여라’에서 오스트리아 행을 앞둔 A팀에 방역 담당관을 대동하라고 조언했다. 선수단의 이동, 훈련, 생활 전 과정에서 환경을 꼼꼼히 체크하고 관리할 방역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의 선택은 조금 달랐다. 내과 전문의를 대표팀 주치의로 선정해 유럽 원정길에 동행시켰다. 바이러스 관련 임상 경험을 높이 평가해 선임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방역 전문가를 앞세운 적극적 대응 대신, 확진자 발생시 수준 높은 치료 환경을 제공하는 쪽으로 전략을 짠 셈이다. 주치의는 선수단에 코로나19 예방 교육을 하고 주기적으로 감염 여부를 체크하며 소임을 다 했지만, 바이러스 전파를 막지는 못했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대표팀 A매치는 모두 끝났지만 ‘일정 완전종료’는 아니다. 선수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소속팀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남았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해외파 선수들은 18일 소속팀으로 이동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국내파 선수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1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아직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들이 오스트리아 현지 호텔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축구협회는 일단 주치의와 조리장을 현지에 남겨 선수들 회복을 돕게 했다. 17일에는 오스트리아 현지로 전세기를 띄워 이들을 신속하게 후송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미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했지만, 추가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마지막까지 꼼꼼히 점검하는 게 방역의 기본이다. 귀국 후 자가격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각에서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을 두고 “무리한 추진이 아니었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선수들이 손발을 맞춰보는 등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과정은 불가피했다. 여러 대륙의 축구 대표팀이 두루 모이는 유럽에서 경기 일정을 잡은 것또한 마찬가지다. 확진자가 나왔으니 '다 좋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뒤늦게 시작 자체를 비판하는 건 바람직하지않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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