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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구속 1㎞ 늘었지만…풀지 못한 ‘160㎞ 강속구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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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다승·ERA 1~5위 전부 외국인

선동열 등 “타자 압도 구속 떨어져”

4년전보다 평균 1㎞ 빨라졌지만

미국엔 8㎞ 일본엔 2㎞ 이상 뒤져

“하체 강화보다 기교 우선하는 탓”


한겨레

2016년 일본 프로야구 경기 때 시속 164㎞를 던진 오타니 쇼헤이. 텔레비전 중계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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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 투수가 사라졌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야구계를 떠도는 말 가운데 하나다. 국보급 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선동열 전 감독은 최근 한 스포츠 전문지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현재 케이비오(KBO)리그 투수 순위를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다승∙평균자책점(ERA) 1~5위까지가 전부 외국인 투수다. 전반적인 구위, 특히 타자를 압도하는 가장 기본적인 볼인 패스트볼의 구속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야구계 우려대로 한국 투수들의 구속은 하락하고 있는 것일까. 케이비오가 프로야구 전 경기의 투구 속도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국내 선수 기준으로, 2016년 평균 시속 140.1㎞였던 패스트볼 구속은 2020년(25일 기준) 141.1㎞로 오히려 시속 1㎞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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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국내 투수 평균 구속. KBO제공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시속이 149.8㎞에 달했다. 한국과 시속 8.7㎞ 차이가 난다. 각 구단 1, 2선발급 투수들의 패스트볼 시속은 대부분 150㎞를 넘는다고 봐야한다.

이웃나라 일본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한국보다 약간 높은 시속 143㎞ 정도다. 하지만 주전급 선수를 보면 양상이 다르다. 2015년 일본에게 0-5 영봉패를 당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당시 양 나라 선발 투수의 구속은 시속 10㎞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일본은 고등학교 때 이미 시속 160㎞를 넘긴 오타니 쇼헤이(26∙엘에이 에인절스)를 필두로 시속 160㎞ 돌파한 선수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프로야구(NPB)의 후지나미 신타로(26·한신 타이거스)는 시속 162㎞를 던져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선 이미 46년 전인 1974년 놀란 라이언이 162.4㎞를 찍으며 세계 최초로 160㎞를 돌파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160㎞를 찍은 선수가 없다. 2004년 에스케이(SK) 엄정욱과 2007년 롯데 최대성이 던진 시속 158㎞가 비공인 최고 기록이다.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엔 2016년 기아의 한승혁이 던진 시속 157.7㎞가 최고 속도다. 올해엔 키움의 안우진의 볼이 156.8㎞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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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시속 160㎞구속을 돌파한 놀란 라이언. 〈한겨레〉 자료사진


왜 시속 160㎞를 눈앞에 두고 넘지 못할까. 전문가들은 승부 위주의 한국 야구 훈련 방식을 근본적 원인으로 거론한다. 민훈기 〈스포티브이〉(SPOTV) 해설위원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강속구를 선호하는 야구 문화 속에서 어릴 때부터 전력을 다하는 기본에 충실한 피칭 연습이 일상화돼 있다. 야수들의 송구 능력도 한국에 비해 훨씬 좋은 이유기도 하다”며 “한국의 경우 경기를 이기기 위한 훈련이 중심이다보니, 투수들이 기본기보다는 기교 습득을 먼저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두산 베어스의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도 “빠른 구속은 잘 발달된 하체에서 나오는데,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꾸준히 하면서 하체를 키우는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은 기술 훈련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구속 향상이 더디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빠른 볼을 던지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백성진 엘지(LG) 트윈스 스카우트 팀장은 “최근 키움이 1차 지명한 장재영(18·덕수고)도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진다. 고등학교 때부터 스피드에 욕심을 내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구속이 떨어진다고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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