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기 회장 통해 정재계, 언론계 네트워크 구축
LG에 이어 SK, 금호, 대림, 주산과 혼맥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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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과 홍 여사의 혼인은 한국 경제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정재계 리더들 사이에 형성된 ‘파워 인맥’의 대표적 사례다. 삼성가는 홍진기 일가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를 연결고리로 국내 거의 모든 재벌 및 정재계 유력 인사와 직간접적 인척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장은 홍라희 여사, 그리고 둘 사이의 차녀(이서현)를 통해 국내 주요 언론인 중앙·동아일보 사주 일가와 사돈을 맺었다.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은 홍라희 여사의 남동생이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결혼한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은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의 동생이다. 특히 삼성은 영남, 동아일보는 호남 지방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과 사상 초유의 기업-언론 재벌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결혼은 당시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삼성그룹에서 1999년 계열분리된 매체다.
홍석현 회장과 이 회장의 인척관계는 두 다리를 건너면 조선일보 사주 방상훈 사장에게까지 닿는다. 방상훈 사장의 장남 방준오씨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녀 허유정씨와 결혼했고 허 회장의 장남이 다시 홍석현 회장의 장녀 홍정현씨와 부부이기 때문이다.
홍진기 일가는 간접적으로 이 회장의 인맥을 정치·관료계와 이어주는 역할도 했다. 우선 홍진기의 막내딸 라영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차남 철수씨와 결혼했다. 홍석현 회장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중앙정보부장·검찰총장·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신직수의 딸 연균씨와 부부다. 홍진기의 차남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광주고검장까지 지냈으나 삼성그룹의 ‘떡값’을 검사들에게 전달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2006년 물러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재계 혼맥은 라이벌 LG를 매개로 뻗어있다. 자손이 많은 LG그룹이 재벌 혼맥의 ‘본류’라 불릴 정도로 내로라 하는 재벌들과 두루 혼맥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둘째 누나 숙희씨는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구자학 회장은 삼성이 LG가 독점하던 전자산업에 진출하며 사이가 틀어진 1976년까지 호텔신라 사장 등 삼성에서 재직했다. 2013년 이 회장의 장모 김윤남 여사의 장례식 당시에는 구본무 LG 회장이 사돈 자격으로 조문을 와 화제를 낳기도 했다.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 명진씨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아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혼인, 한진도 한 다리 건너 이 회장의 혼맥이 됐다. 이밖에 LG와 사돈지간인 SK·금호·대림·두산 등이 이 회장의 간접 혼맥이다.
이 회장은 현대가와 직접적인 혼맥은 없다. 그러나 홍진기 일가를 매개로 두 다리 건너 사돈지간이다. 홍씨 일가의 사돈인 노신영 전 총리의 장남 경수씨가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장녀 숙영씨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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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2009년 파경으로 끝났지만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세령씨와 결혼하면서 이 회장은 대상그룹과도 연을 맺었다. 특히 대상은 호남 출신이자 과거 발효조미료 ‘미원’을 무기삼아 ‘미풍’을 앞세운 제일제당(현 CJ)과 양보없는 경쟁을 벌인 기업이라는 점에서 당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자식과 골프, 미원만큼은 내 뜻대로 안된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대상그룹과의 인연은 금호그룹과도 간접적으로 이어진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셋째딸 현주씨가 임창욱 회장의 부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이혼과 함께 이들 그룹과 삼성의 사이는 한결 서먹해진 모양새다.
이건희 회장 주위에 펼쳐진 이런 촘촘한 혼맥 네트워크는 홍진기씨의 사례처럼 그의 개인적 성장과 삼성의 급속한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혼맥 네트워크가 지나친 정경유착의 고리가 돼 정치계와 기업들의 부정·비리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상위 계층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계층 이동을 저해하는 장치로서 혼맥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 교수는 “부정부패의 심화처럼 역기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혼맥은 혈연·지연·학연과 같은 ‘연고(緣故)’의 일종으로서 기업의 빠른 성장과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뒷받침해왔다”면서 “긍정적인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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