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경찰청과 공조수사 진행 중…적법 조치할 예정"
보물 제767-2호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문화재청 제공)©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난 3월 경매에 나온 보물을 낙찰받은 뒤 이 문화재가 '장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돼 낙찰 취소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3월23일 국내 경매에 나온 보물 제767-2호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을 낙찰 받았다. 하지만 도난 문화재인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낙찰 취소했다.
'몽산화상법어약록'은 원나라 몽산화상 덕이(德異)의 법어를 약록한 책으로, 보물로 지정된 것은 총 6권이다. 선(禪) 수행의 길잡이 구실을 했으며, 조선시대에 널리 유통된 법어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책은 1470년 전후에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1984년 5월30일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20일 "1993년 이전 서울에서 도난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현재는 소재불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박물관 측은 도난 문화재 목록에 이 보물이 없어 장물이라는 걸 몰랐다는 입장이다. 박물관 측은 지난 3월12~19일 도난문화재 목록에 없음을 확인한 이후 평가위원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금요일인 20일 도난문화재로 공고했다.
결국 박물관 측은 월요일인 23일 그대로 현장 경매에서 낙찰 받았고, 24일 계약 진행을 위해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재확인해 도난신고된 사실을 확인해 낙찰을 취소했다.
문화재청 측에서는 지난 2월18일 문화재 소유자 변경 신고가 들어옴에 따라 도난 사실이 뒤늦게 공고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난문화재 공고는 소재불명된 문화재 중에서, 소유자의 신고나 도난 정황 등이 확인된 경우에만 공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재청이 2003년, 2018년 정기조사에서 이 보물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서는 "도난 문화재는 어딘가로 숨어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도난사실을 확신할 수 없다"라며 "이미 탐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었으며, 그러던 중 문화재 소유자 변경신고가 들어와 공고한 것"이라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화재는 소유자가 변경될 때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신고를 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물관에서 지정문화재를 구입할 때 지정서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확인이 미흡했을 수도 있다"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익명성이라는 경매의 특성상 위탁자(소유주) 정보 및 유물 취득 경위 등을 낙찰 전에 알 수 없다"며 "지정문화재의 경우, 낙찰 이후 매매계약서 작성 시 유물과 지정증서를 함께 수령하므로 위탁자가 해당 유물의 실제 소유자임은 이때 확인할 수 있고 지정증서가 없을 시 유물을 구입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입 대상 유물의 도난품 여부는 문화재청 홈페이지 '도난문화재 정보'의 목록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으나, 유실물이나 소재불명인 경우 문화재청 홈페이지 정보만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안전기준과 내부에 별도의 조사 목록이 있음을 기관 포함 일반 국민들은 알기 어렵다"며 "따라서 경매 응찰 전, 구입 대상 유물정보를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확인뿐 아니라 안전기준과에 공문으로 발송, 이중으로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문화재에 대해서는 경찰청과 공조수사를 진행 중이며, 위법사항 발견시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사범단속반에서는 문화재 불법거래 방지를 위해 주기적인 홍보 및 점검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