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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우즈 `파5홀의 굴욕`…하마터면 꼴찌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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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45·미국)에게 '텃밭'이나 다름없는 셔우드 컨트리클럽 14번홀(파4).

핀에서 무려 26m나 떨어진 곳에서 퍼트한 우즈의 공이 한참이나 경사를 타고 흐르더니 홀로 사라졌다. 회심의 버디를 잡은 우즈도 믿기지 않는 듯 겸연쩍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함박웃음으로 기쁨을 표시했다. 하지만 웃음은 딱 한 번뿐이었다. 만약 이 기적 같은 버디가 없었다면 그의 성적은 리더보드 맨 아래에 위치할 뻔했다.

2014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선 우즈가 다섯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곳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 첫날 우즈는 4오버파 76타를 쳐 공동 75위에 머물렀다. 원래 출전하기로 한 78명 중 게리 우들런드(미국)는 기권했고 77명 중 우즈보다 성적이 나쁜 선수는 5오버파를 친 애덤 롱(미국) 한 명뿐이었다.

76타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우즈가 호스트로 나선 히어로 월드 챌린지 대회장 셔우드에서 나온 우즈의 가장 나쁜 성적이다. 우즈는 이곳에서 다섯 번 우승을 차지했고 준우승도 다섯 번이나 했다. 셔우드에서 우즈의 종전 평균 타수는 68.46타. 이날 스코어는 그보다 7타 이상 높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우즈는 통산 82승째를 거두면서 종전 샘 스니드(미국·2002년 사망)만 갖고 있던 PGA 투어 최다승과 타이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우즈의 대회 2연패는 물론 최다승 신기록마저 물 건너간 분위기다.

9월 US오픈 컷 탈락 이후 한 달 만에 대회에 나선 우즈의 샷은 정말 제멋대로였다. 티샷은 13개홀 중 7차례만 페어웨이에 들어갔고 그린을 적중한 것은 18개홀 중 10차례가 전부였다. 기적 같은 퍼팅에도 불구하고 이날 퍼팅 횟수는 30차례나 됐다. 들쭉날쭉한 샷으로 버디는 2개에 그쳤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4개를 쏟아냈다.

또 이날 우즈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나쁜 기록 하나를 더해야 했다. 사상 처음으로 한 라운드 3개 파5홀에서 보기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원래 우즈는 파5홀에서 성적이 좋아 '파5홀의 왕'으로 군림했다. 프로 입문 후 10차례나 PGA 파5홀 타수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셔우드는 보통 파5홀이 4개인 다른 코스와 달리 파5홀이 5개나 되는 곳이다. 그래서 우즈는 그동안 셔우드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10번홀로 출발한 우즈는 파5의 11번홀에서 첫 보기를 기록했다. 티샷이 나무 뒤로 갔기 때문이다. 파5의 13번홀에서는 깊은 러프로 티샷을 날린 뒤 정말 '아무 일'도 없이 더블보기를 범했다. 두 번째 샷이 100야드 정도 나가서 더 깊은 러프로 박혔고 세 번째 샷은 그린에 50야드나 모자라 벙커로 들어갔다. 네 번째 샷도 그린에 못 미쳤고 칩샷마저 엉망이어서 2퍼트를 해야 했다. 곧이어 '함박웃음 버디'가 터져 나왔지만 파5의 16번홀에서 티샷을 개울로 보낸 뒤 보기를 범했다.

우즈는 대회 시작에 앞서 "US오픈 때에 비해 경기력이 좋아졌고, 준비도 더 많이 했다"고 했지만 컷 오프도 없는 대회에서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꼴찌를 벗어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됐다.

임성재(23)는 4언더파 68타 공동 17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단독 선두에 나선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와는 4타 차다. 무뇨스는 작년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임성재를 따돌리고 우승했던 선수다.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티럴 해턴(잉글랜드)이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시니어 투어에 두 번 출전해 모두 우승한 필 미컬슨(미국)은 이븐파 72타 공동 57위로 시작했고 안병훈(29)은 2타를 잃고 공동 69위로 첫날을 마감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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