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17일 개막… 관전 포인트는
김연경·이재영·이다영 막강전력
팀당 30경기 대장정… 변수 줄어
컵대회 결승 패배 ‘보약’될 수도
신영철 감독 용병술·나경복 ‘화력’
지난 시즌 창단 첫 정규리그 1위
2파전 구도 변화… “목표는 우승”
V리그 여자부 6개 구단 사령탑들이 15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컵을 앞에 놓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뉴스1 |
지난 3월 한창 ‘봄 배구’를 향해 뜨거운 열전을 이어가던 프로배구 V리그는 시즌의 조기종료를 선언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선수도, 팬들도 미련이 남았다. 그 아쉬움은 마음속에 앙금이 돼 다음 시즌을 향한 뜨거움으로 바뀌었다. 그 기운을 마침내 발산할 시기가 됐다. V리그가 오는 17일 2020∼2021시즌 대장정을 시작하는 것. 선수들은 지난해 코트에 미처 다 쏟아내지 못한 열정을 이번 시즌 모두 토해내겠다는 각오다. 물론 여전히 코로나19 위험이 남아있는지라 시즌은 조심스럽게 운영된다. 실내 종목의 특성상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일단 리그 초기는 무관중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안전에 대한 여러 점검을 마친 뒤 이달 31일 남자부 한국전력-현대캐피탈, 여자부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의 경기부터 30%의 관중 입장을 시작한다.
◆아직도 ‘어우흥’ 견고한 여자부… 장기 레이스에서도 변수 생길까
이렇게 많은 배구팬이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온 가운데 특히 한 팀에 더 많은 눈길이 쏠린다. 바로 여자부의 흥국생명이다.
지난 시즌 조기종료 뒤 팀의 주포 이재영(24)의 쌍둥이 동생이자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4)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하며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흥국생명은 지난 6월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32)이 11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하며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이 됐다. 심지어 김연경이 자신의 연봉을 대폭 삭감하며 입단 계약을 맺어 흥국생명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막판까지 1위를 다퉜던 기존 전력에 특급 공격수와 특급 세터를 더한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미 배구팬들 사이에서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단어가 회자될 정도다.
김연경 |
다만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당연한 우승은 없다”면서 이런 예단을 경계했고, 이는 곧바로 현실이 됐다. 지난 8월 시즌 전초전으로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에 실패한 것이다. 대회 준결승까지 김연경과 이다영의 가세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하는 등 기세를 올렸지만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 0-3으로 완벽하게 무너졌다. 상대의 강서브와 높은 블로킹이 변수를 만들었고, 결국 당연한 승리를 예상했던 팬들의 기대가 무너졌다. 물 샐 틈 없이 단단해 보였던 흥국생명도 완벽한 팀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한판이었다.
하지만 이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규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흥국생명이다. 컵대회와는 달리 팀당 30경기의 대장정인 정규리그에서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변수를 만들어낼 여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컵대회에서 드러난 리베로 등 일부 약점도 시즌을 이어가며 수정해나갈 수 있다. 박미희 감독은 15일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컵대회를 통해 더 열심히 할 계기가 생겼다. 우리 나름대로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도전자는 있다. 특히 GS칼텍스는 정규시즌에서도 흥국생명을 괴롭힐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V리그 여자부 역대 최장신(206㎝)인 외국인 공격수 메레타 러츠(26)를 중심으로 블로킹 라인이 높고, 흥국생명의 수비를 뚫어낼 러츠-이소영(26) -강소휘(23)의 공격 삼각편대도 든든하다. 관록의 한국도로공사와 컵대회에서 몰라보게 탄탄해진 전력을 보여준 KGC인삼공사도 ‘어우흥’을 깰 도전자다.
남자부 7개 구단 감독들이 하루 전 열린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새 시즌 결의를 다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나경복 앞세운 ‘도전자’ 우리카드… 남자부 삼두체제 완성할까
오랫동안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의 2파전 양상이었던 남자부는 삼두체제로 구도가 바뀌었다. 2018~2019시즌에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만년 꼴찌’ 우리카드가 2019∼2020시즌에는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신영철 감독의 용병술에 오랫동안 유망주에 머물러있었던 날개 공격수 나경복(26)의 폭발이 맞물려 돌풍이 거세게 불었다. 결국, 우리카드는 조기종료 때까지 선두권에서 버티는 데에 성공하며 창단 후 첫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 구도는 이번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여전히 기존 두 명문은 강력하다. 특히, 대한항공은 시즌을 앞두고 1강으로까지 꼽히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부분의 팀이 전력 구성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가운데 대한항공만은 세터 한선수(35), 날개 공격수 정지석(25), 곽승석(32) 라인과 외국인 공격수 비예나(27) 등 지난 시즌 2위를 차지한 기존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박기원 감독 퇴진 후 V리그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무난하게 팀을 이끌어주기만 해도 여전히 우승권을 다툴 전력이다.
나경복 |
현대캐피탈은 에이스 전광인(29)이 입대하고, 주전 세터 이승원이 트레이드로 삼성화재로 떠나는 등 전력 누수가 컸지만 여전히 탄탄하다. 신영석(34)과 최민호(32)가 버티는 센터라인은 명실상부한 리그 최강. 송준호를 비롯해 등 전광인의 공백을 메울 날개 공격수 후보들도 충분하다. 바뀐 팀 체제 속에서 시즌 초반 다소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그 정상권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팀이다.
우리카드는 이 두 명문의 틈바구니에서 지난 시즌 미완성으로 끝냈던 돌풍의 완성에 도전한다. 주전 세터 노재욱(28)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지만 또 한 번의 돌풍을 기대하는 이유는 지난 시즌 MVP 나경복이 건재 덕분이다. 신영철 감독의 세심한 지휘 아래 그는 지난 시즌 장기인 강타에 세기까지 갖추며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이미 검증된 외국인 선수 알렉스(29)와 함께 올 시즌 강력한 좌우 라인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역시 노재욱이 떠난 주전 세터 자리다. 레전드 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이 야심 차게 내놓은 새 세터 하승우(25)가 안착하기만 한다면 올해도 지난해처럼 삼두체제를 이룰만하다. 신영철 감독도 지난 14일 열린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등 전력이 달라졌다. 목표는 우승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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