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의 파워넘치는 백핸드스트로크. 제공=프리랜서 김도원 |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지난 11일(현지시간) 끝난 2020 프랑스오픈테니스(롤랑가로스)에서 2001년 폴란드 바르샤바 태생인 이가 시비옹테크가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해 세계테니스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 54위가 테니스 변방이나 마찬가지인 나라에 처음으로 안긴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트로피였으니, 폴란드 국민들의 기쁨은 어떠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차에 한국 여자테니스를 다시 들여다보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몇몇 유망주들이 될성 부른 떡잎처럼 성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다. 시비옹테크는 이들 나이에 여자프로테니스(WTA) 정규 투어 첫 우승을 그랜드슬램에서 차지했으니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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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목은 대부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정상에 올랐는데, 대한민국에서 테니스만 왜 안되는가 하는 물음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다. 몇년 전 정체하고 있는 한국 테니스의 가장 큰 문제는 지도자나 선수들의 ‘현실안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그랬다. 국내에서 열리는 오픈대회 우승 정도에 만족하고, 진정 그랜드슬램 무대에 서서 큰뜻을 이뤄보겠다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새 회장이 들어선 뒤 4년 동안 전 회장측과의 송사로 이렇다 할 업적도 내놓지 못하고 세월만 허비했다. 주니어 육성에도 소홀했다. 그저 선수과 부모들, 각 팀들한테만 맡겨놓고 지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실업의 지도자들도 큰 뜻을 품고 혹독하다는 소리를 정도로 선수를 지도하기보다는 ‘너네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유망주들이 여럿 나타나 한국 여자테니스는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29일 끝난 안동오픈 여자단식에서는 실업과 대학은 물론, 10대 후반의 유망주들이 대거 출동했는데, ‘파워테니스’를 구사하는 이은혜(20·NH농협은행)와 몸집은 크지 않지만 재능이 좋은 박소현(18·성남시청)이 결승전에서 맞붙었고, 이은혜가 접전 끝에 2-1(7-6<2> 3-6 7-6<6>)로 이겨 우승했다. 올해 1차 실업연맹전 챔피언 홍승연(28·수원시청), 김다빈(23·인청시청), 김나리(30·수원시청) 등 실업무대의 강호들은 두 유망주의 선전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박소현의 포핸드스트로크. 제공=프리랜서 김도원 |
서울 중앙여고 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 이은혜는 운동선수 출신 부친의 DNA를 물려받았는지 체격조건이 좋고 스트로크 파워도 무시무시해 경기운영 능력이나 국제대회 경험 등을 쌓으면 그랜드슬램 무대에서도 통할 재목감으로 꼽힌다. 테니스 전념을 위해 지난 2018년 중앙여고 1년 때 자퇴하고 개인훈련을 해온 박소현도 한국 여자테니스의 희망이다. 박소현은 안동오픈 4강전에서 2번 시드로 국내 간판스타로 활역해본 장수정(25·대구시청)을 2-1(6-4 3-6 6-3)으로 누르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16강전에서는 김나리한테 2-1(0-6 7-5 6-4)로 극적인 역전승까지 거뒀다.
이은혜는 실업강호 NH농협은행에서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 감독-노상우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커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박소현은 부모가 운영하는 인천 송도의 코트에서 개인훈련을 하면서 그랜드슬램 진출을 꿈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들은 해외 투어에 나갈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지도자들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해주느냐가 이들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내년 1월 새 회장 선거를 앞둔 테니스협회도 빨리 정상화해서 이런 유망주들을 집중 육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한국 여자테니스도 세계무대로 도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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