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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주시경의 ‘말모이 원고’ 보물로 승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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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선생이 주축이 돼 만든 '말모이 원고'의 'ㄱ' 첫 부분.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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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엄혹한 시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켜낸 ‘말모이 원고’ 와 조선어학회 ‘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8일 열린 제5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 결과,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 선생이 주축이 돼 만든 ‘말모이 원고’와 조선어학회가 작성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 2종 4건이 등록문화재에서 보물로 승격된다”고 밝혔다.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 주관으로 주시경과 그의 제자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가 집필에 참여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의 원고다. 1911년부터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집필이 이뤄졌으며, 지금은 ‘ㄱ’부터 ‘걀죽’까지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된 1권(국립한글박물관 소장)만 전한다.

240자 원고지에 단정한 붓글씨체로 썼고 ‘알기’ ‘본문’ ‘찾기’ ‘자획찾기’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1914년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뒤 김두봉이 3·1운동을 계기로 일제의 감시를 피해 상해로 망명하고 이규영도 세상을 떠나면서 정식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의 ‘조선말 큰사전’ 편찬으로 이어져 우리말 사전 간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데 결정적인 디딤돌이 됐다.

문화재청은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해 남은 최종 원고인데다, 국어사전으로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주며,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 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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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가 소장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한글' 부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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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에서 1929~1942년에 이르는 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권이다. 한글학회(8권), 독립기념관(5권), 개인(1권)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돼 있다. 문화재청은 “특히 개인 소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범례’와 ‘ㄱ’부분에 해당하는 미공개 자료로,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발굴했다”고 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돼 1957년 ‘큰 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가 됐다.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며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이후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모든 사전의 근간이 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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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찾은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범례' 부분(왼쪽)과 이 원고를 바탕으로 간행된 '조선말 큰사전'의 범례 부분.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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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보물은 다음달 12일 개막하는 한글 특별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특별전 ‘ㄱ의 순간’에 ‘말모이 원고(국립한글박물관 소장)’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한글학회 소장)'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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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학회 회원들의 사전편찬 작업 모습.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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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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