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3곳 CEO에 중징계 통보 이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대면 화상회의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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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판매사 “지배구조법, 징계 근거 불명확”
금융당국 “내부통제기준 실효성 있게 작동 안 해”
현행법 아전인수 해석해 반발 당국과 갈등 되풀이 우려
“DLF 2개 중 1개 불완전판매…‘내부통제’로 볼 수 없어”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CEO까지 징계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금융사들 유리한 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6일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판매 증권사 3곳에 라임 사태와 관련해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이들 3곳 CEO는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 안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주된 제재 근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들은 CEO까지 징계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24조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내부통제기준은 당연히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 피해를 입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유사하게 금감원과 금융권이 갈등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LF 관련 불완전판매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 중이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이라는 지배구조법 규정을 금융사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통제기준이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효성 있게 작동하느냐는 것”이라며 “전체 상품 중 5~10% 정도에서 불완전판매가 나왔다면 PB(프라이빗뱅커)들의 실수나 실적 욕심 때문이라 볼 수 있겠지만 DLF 조사 결과 2개 중 1개는 불완전판매일 정도로 법 위반이 심각했다. 이 정도면 실효성 있게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다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사태는 1조6500억원대 환매 중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불완전판매는 자본시장법상 불법행위인데다 준법감시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며 “CEO가 준법감시조직이 잘 작동하는지 살피지 않고 직원 평가에 판매 실적까지 연계했다면 불완전판매 행위를 방조한 것이라 볼 수 있으니 현행 지배구조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부통제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한 금융사 임원들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지난 6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명확히 하고 이를 소홀히 해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위원회가 임원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금감원의 제재 권한이 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존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금융사들은 논점을 흐리지 말고 대규모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라임 판매사들의 징계 수위는 오는 29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라임자산운용 등 운용사에 대한 제재심은 20일 열린다. 라임자산운용은 그간 알려진 위법성 수위를 감안할 때 등록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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