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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58경기만 뛰고도 시즌 최다 홈런, 이형종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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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0일 롯데전에서 역전 3점홈런을 친 이형종. /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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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31·LG 트윈스)이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형종은 최근 3경기에서 홈런 4개를 포함해 7안타를 치며 12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27일 KT전에서 4타점(홈런 2개), 29일 롯데전에서도 4타점(홈런 1개)을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이 “요즘은 이형종이 혼자 다 한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번 다 팀은 패했다.

이형종은 30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1-3으로 뒤진 3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그리고 2-3으로 뒤진 7회말. 2사 1·2루에서 이형종은 롯데 구원투수 구승민의 공을 받아친 뒤 배트를 저 멀리 던져버렸다. 승부를 5-3으로 뒤집는 극적인 스리런 홈런이었다.

이형종의 뜨거운 방망이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LG는 이형종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5대3으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빠져나왔다.

이형종은 경기 후 덤덤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김)민성이 형의 배트를 빌려 썼는데 최근 결과가 좋았어요. 오늘 미국에서 제 배트가 도착했는데도 일부러 민성이 형 배트를 썼습니다. 그동안 너무 많이 빌려써서 미안하긴 한데 부러지면 제 배트를 쓸 생각입니다.”

이형종은 한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홍창기와 이천웅, 채은성, 박용택 등 외야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LG에서 선발 기회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7일 KT전부터 홈런포를 몰아치면서 LG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형종은 “최근 경기에 많이 못 나가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지만 선배들이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우리 팀은 외야가 좋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종은 이날 시즌 14호 아치를 그리며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단 58경기 출전에 이뤄낸 기록이다. 종전까진 2018시즌(118경기)과 2019시즌(120경기)의 13개가 최고였다. 지난달 아들을 얻어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 그는 최근 타격에 눈을 뜬 모습이다. LG 팬들은 31세 이형종의 전성기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믿는다.

멀리멀리 돌아 여기까지 왔다. 이형종의 굴곡 많은 야구 인생은 이제 팬들에게 알려질 만큼 알려졌지만 다시 돌이켜 봐도 영화 같은 이야기다. 이형종 하면 다들 2007년 대통령배 고교 야구 대회부터 떠올린다.

당시 서울고의 우완 에이스이자 4번 타자였던 이형종은 결승에서 광주제일고를 만난다. 서울고는 9회말 투아웃까지 9-8로 앞서 있었지만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역전을 허용했다. 연투에 연투를 거듭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에이스 이형종은 마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며 공을 던졌다. 그렇게 붙은 별명이 ‘눈물의 왕자’다.

그때 대통령배 결승에서 뛴 선수들 면면을 보면 정말 화려하다. 광주제일고는 3학년 정찬헌(LG)과 2학년 장민재(한화)가 마운드를 분담했다. 서건창(키움)과 허경민(두산)도 광주제일고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광주제일고의 끝내기 안타 때 홈을 밟은 선수가 서건창이다. 서울고엔 이형종 외에도 안치홍(롯데)과 박건우(두산), 유민상(KIA)이 있었다.

다시 이형종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2008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때 혹사 탓인지 팔꿈치 수술과 재활 등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던 그는 2010년 5월 롯데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다. 하지만 그 1승이 이형종 프로 경력에서 투수로 거둔 유일한 승리가 됐다.

2010년 여름, 그는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팀을 뛰쳐나왔다. 본인은 아픈데 팀은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이다.

이형종은 2011년 골프 선수로 전향해 프로 테스트를 봤지만 단 1타 차이로 탈락했다. 비록 떨어졌지만 그 짧은 시간에 테스트 통과 직전까지 간 것을 보면 얼마나 그가 운동에 천재성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다시 야구가 그리워진 그는 2013년 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어깨 상태로는 투수를 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2014시즌이 끝나고 타자의 길을 택했다.

아무래도 타자로 쌓아온 시간이 적어 타석에서의 수 싸움이나 주루, 수비 등에서 기본기 부족으로 고전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센스를 바탕으로 수준급의 타격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이형종이 재능에 의존하는 게으른 천재 스타일은 결코 아니다. 그는 지나치다고 생각될 만큼 오랜 시간 훈련에 매달리는 유형의 선수다. 이형종은 2018시즌 13홈런 42타점, 2019시즌 13홈런 63타점으로 LG 타선에 자리를 잡았다.

타자로 전향한지 6시즌째인 올해 이형종의 타격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사구를 맞는 바람에 7월에야 복귀했다. 오랜 만에 돌아와서도 특유의 호쾌한 스윙으로 팬들에게 시원함을 안긴 그는 최근엔 절정의 장타력을 뽐내며 순위 레이스에서 다소 처졌던 LG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LG 팬들은 누구보다 사연이 많은 이형종이 이제 훨훨 날기를 바라고 있다. 이형종은 “LG가 2위 이상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며 “오늘 잘했어도 내일 삼진 4개를 먹을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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