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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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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이 지시” 北은 거짓말...靑은 보고받고도 ‘김정은 사과’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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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무원 北에 피살]

북한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씨 사살·소각 만행에 대해 “단속정 정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으며 시신을 불태우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런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증명하는 우리 군의 첩보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이씨 사살·소각 만행을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한 것이다. 북한 통지문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투성이였지만,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 사과를 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우리 군 발표보다 북한 주장을 더 신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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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해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연안에 북한측 경비정이 대기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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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으로 판명되고 있는 대표적인 내용은 이씨 사살·소각을 단속정 정장이 결심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25일 통지문을 통해 “정장의 결심 밑에 사격을 했다”고 했다. 윗선의 판단이 아닌 전적으로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었으며,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일종의 북한식 ‘꼬리 자르기’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단속정장은 이씨를 사살하기 전 상부에 수차례 지시 사항에 대해 되물었다. 군 관계자는 “단속정장으로선 이씨 사살 명령이 뜻밖이라 재확인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대위급인 단속정장이 이와 같이 전례 없는 일을 스스로 결단했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군은 무선 감청을 통해 단속정과 북한 육상 지휘부와의 통신을 엿들었고, 이 과정에서 ‘해군사령관의 지시’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단속정장의 상관격인 해군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고, 거기까지가 군이 알아낼 수 있는 무선 감청의 범위”라며 “해군사령관과 평양의 군 수뇌부가 어떤 소통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사결정 구조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준’ 없이는 한국 국민을 사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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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통지문에서 이씨에게 사격을 가한 뒤 다시 보니 시신은 온데간데없고 부유물이 남아 이를 태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리 국방부가 SI(감청 등)로 시신을 불태웠다고 확인했다”며 “(북한군이) 연유를 발라서 (시신을)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확인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군은 이씨 사살·소각 당시 40분간 불빛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단순히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볼 수 없는 시간이다.

북한이 밝힌 이른바 ’80m 원격 소통설'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주장이다. 북한은 이씨와 접촉 당시 80m 떨어져 이씨와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의 판단은 달랐다. 군은 SI를 통해서 북한 측이 방독면·방호복을 착용한 채 이씨에게 접근한 정황을 포착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북한군 함정은 엔진으로 가동되는 동력선이며 당시 파도는 1m쯤이었고, 피해 공무원은 탈진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북한군이 80m 떨어진 거리에서 파도 소리, 함정 엔진 소음이 심한 상태에서 탈진한 공무원과 대화했다는 것은 정말 기가 막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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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경 2층 대회의실에서 북한군의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살해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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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수십 시간 표류로 기진맥진했던 이씨가 도망치려는 정황이 있어 사격을 가했다고 했는데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이씨가 오히려 월북하려 했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한·미 첩보에 의하면 유가족에게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지만 월북은 사실로 확인돼가고 있다”며 “(북한이) 월북 의사를 확인한 대화 정황들이 있다”고 했다. 황 의원은 “단순히 구명조끼, 부유물, 신발만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그 이상의 내용을 갖고 국방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정부는 우리 군의 감청 정보가 비교적 정확한데도 북한 통지문 내용을 더 신뢰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줬다”며 “결국 이번 만행의 윗선에 김정은이 있음을 부정하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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