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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코로나 시대 불행한 '우리끼리 국대축구', 누군가에게는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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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9일과 12일 A대표팀 vs U-23대표팀 친선경기

뉴스1

축구 국가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과 올림픽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2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올림픽대표팀' 평가전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0.9.2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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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스1) 임성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멈춰 있던 국가대표팀의 축구경기가 오랜만에 팬들을 찾는다.

아쉽지만 온전한 형태와는 거리가 좀 있다. 손흥민(토트넘)이나 황희찬(라이프치히), 이강인(발렌시아)과 김민재(베이징 궈안) 등 팀의 중추들인 해외파는 함께 할 수 없고 다른 나라와 겨루는 국가대항전도 아니다. 그래도 '국대축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달래줄 수 있는 반가운 이벤트라 기대의 시선이 꽤 많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U-23 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오는 10월9일과 10월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킥오프 시간은 모두 오후 8시다.

사실 A대표팀이 자국 U-23 대표팀과 정식경기를 갖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준비하는 대회가 다르니 소집 주기도 잘 맞물리지 않고, 한정된 A매치 기간에 다른 국가들과 상대하기도 바쁜데 굳이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망신인' 동생들과 격식을 갖춰 경기하는 일은 드문 경우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경기도 감지덕지다.

벤투호는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대표팀 소집훈련을 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28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의 1년 동안 소집을 못했고 당연히 훈련과 경기를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전 세계 모든 대표팀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림픽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U-23 대표팀 역시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우승 이후 소집훈련을 갖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이 내년 7월로 연기돼 준비할 시간이 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많이 꼬였다. 김 감독은 "지금껏 진행했던 스케줄이 다 사라졌고 새로 짠 스케줄도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다. 어려움이 많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결국 이번 친선경기는 팬들 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의 갈증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다. 벤투 감독은 "11월 A매치 기간의 평가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 다음 소집이 내년 3월 월드컵 예선인데 그때 어떻게 될지도 예측이 어렵다. 지금 확실한 것은 10월의 2경기"라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유익한 시간을 만들겠다"며 알차게 활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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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마련된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의 친선경기.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회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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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했듯 국내파 일색이다. 해외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관계로 해외리그 소속 선수는 소집하지 않는다. 서두에 소개한 이들뿐 아니라 황의조(보르도), 황인범(루빈 카잔), 이재성(홀슈타인 킬), 남태희(알 사드), 김진수(알 나스르) 등 벤투호의 주축들이 대부분 해외에서 뛰고 있으니 감독 입장에서는 굵은 계획을 진행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미 벤투 감독의 머리 속에 많은 주전들이 낙점된 상황에서 대표팀에 들어가기 힘들었던 다수의 K리거들이 생각지 못한 기회를 잡았다.

원두재(울산)를 비롯해 김지현(강원), 이주용(전북), 김영빈(강원), 이창근(상주) 등은 생애 첫 A대표팀 발탁의 영예를 얻었다. 지금껏 연령별 대표팀 경험이 전무한 '뜨거운 젊은 피' 송민규(포항)는 K리그에서의 활약상을 앞세워 김학범호에 합류했다. 지금 당장 뿌리를 내릴 수야 없겠지만, '풀' 안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다.

벤투 감독은 "새롭게 합류하는 선수들은 적응을 잘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소집이 끝난 뒤에는 무엇인가 배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지도할 것"이라면서 "이번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나와 모든 코칭스태프들이 돕겠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김학범호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한때 팬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했던 황인범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김학범 감독의 혜안과 함께 발탁된 뒤 벤투 감독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지금은 A대표팀의 확실한 자원이 됐다. 기회는 잡는 자의 몫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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