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소상공인 등 타격 큰 취약계층 임계치 도달…재정도 '빨간 불'
전문가 "방역과 경제 사이 균형 찾아야"…"영업금지 최소화해야" 지적도
사회적 거리두기(CG) |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이보배 곽민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 특히 취약계층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고, 이에 소상공인 등 '약한 고리'부터 피해가 커져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 투입으로 막는 구조도 고착화하는 분위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임계점이 다가오는 한편 재정의 부담도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이 방식 유지 가능할지 의문", "영업금지 최소화해야" 지적
2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3월과 8월 중 총 세 차례 격상됐다.
3월 거리두기로 소비가 급감하자 정부는 2차 추경을 편성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8월 거리두기로 고위험시설 영업 중단과 음식점, 카페 등의 영업 제한 조치가 이뤄진 후에는 4차 추경으로 소상공인 대상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코로나19 확산→거리두기 상향→경제 피해→추경 등 재정 투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취약계층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특수형태근로자(특고) 등은 줄줄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 거리두기가 상향돼 영업이 제한될 때마다 큰 피해를 봐 정부가 재정을 풀어 지원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궁극적으로 코로나19가 문제 되지 않을 시점까지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현재의 방식이 작동하려면 이른 시일 안에 치료제나 백신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이 방식은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영업 금지는 어떤 경우라도 최소화해야 한다"며 "식당과 마트는 열면서 다른 생업을 인위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 2차 재난지원금 누가·언제 받나? |
◇ 영업금지 업종 등 소상공인 한계 임박…재정 건전성도 악화
임계치를 눈앞에 두는 소상공인들이 계속되는 방역 강화 조치를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도소매업, 외식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일반 소상공인 3천4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출액이 90% 이상 줄었다고 응답했다.
대표적인 영업금지 업종 중 하나였던 PC방은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 7개 단체가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11일 집회에 나서고 수도권 노래연습장 비상대책위원회도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정지 처분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복되는 추경 편성에 국가 재정도 '빨간불'이다.
이번 4차 추경 확정으로 국가채무는 7조5천억원 불어난 846조9천억원까지 올라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3차 추경 이후 43.5%보다 0.4%포인트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정부의 재정 지원 여력도 무한정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 "방역과 경제 사이 절묘한 줄타기 필요"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방역은 생명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추석 연휴 이후까지 거리두기가 지속한다면 우리 경제가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방역을 강화하면 경제 내수가 안 좋아지는 건 맞는데, 반대로 방역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피해가 올 수도 있다"면서 "결국 신규 확진자 수 기준으로 방역 강화·완화를 조절하면서 절묘하게 가운데를 타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익명의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영업금지 등 경제에 충격이 큰 전면 차단 응급조치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인근 노래방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 "즉흥적 재정 투입 안 돼…피해계층에 '정조준'해야"
불가피하게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 효율적·계획적인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 교수는 "소상공인에 지급한 지원금이 최대 200만원인데, 이 금액으로 폐업한 자영업자가 살아날 수는 없다"며 "물론 안 받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자칫 이번 지원금이 의미 없는 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재확산은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럴 때마다 즉흥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미 계획한 예산 중 비효율적이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빼고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더 계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4차가 아니라 5차, 6차 추경까지도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부채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자본 유출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안 쓸 수는 없지만, 더욱 정조준해 투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skwa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