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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공공성? 뻔뻔한 문체부의 해괴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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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법 개정이나 제도의 변화에는 반드시 그 취지와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변화를 꾀하면서 의도했던 효과가 현실세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면 그 선택과 결정은 잘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 겸직금지를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체육의 자율성 확보라는 취지와 명분으로 단행했다. 그러나 현실세계는 체육의 자율성이라는 법 개정 취지는 고사하고 오히려 체육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정반대의 현상으로 대답했다. 법 개정 취지와 상반되는 자기모순의 극치,이러한 제도변화는 안하느니만 못한 실패한 정책에 다름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일부 정치권이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대한체육회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16일 시도체육회장 간담회에서 “KOC 분리는 4000여억원이 투입되는 대한체육회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의 설명이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적어도 두 가지 가설은 충족시켜야 할 게다. 첫번째는 대한체육회가 책임성과 공공성이 현격하게 결여됐다는 걸 보여줘야 하며 두번째는 책임성과 공공성에 관한 한 적어도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견줘 우월하고 모범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가설은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 그동안 대한체육회가 체육개혁을 등한시하고 개혁에 대한 주체적 각성을 하지 못했던 건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번째 가설에 대해선 문체부도 그리 자신할 수 없을 듯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체부는 한국 체육의 후진성을 거론할 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주무 부처다. 더욱이 온갖 권력은 다 행사하면서 책임과 비난은 체육회로 떠넘기는 한국 체육행정의 고질적 병폐인 ‘책임의 외주화’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배태시킨 원흉에 다름 아니다.

책임성과 공공성에 관해선 또 어떤가. 멀리 갈 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위세에 벌벌 떨며 낯부끄러운 부역을 일삼았던 게 과연 누구였던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훌륭한 승마선수였다는 걸 변명해주기 위해 당시 김종 차관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주재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문체부의 한 관료는 “부끄러워 죽겠다”며 비선실세에 휘둘리던 문체부의 처지에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더 한 것도 있다. 당시 문체부가 체육회로 내려보낸 개혁정관은 비리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이사가 자신의 정적(政敵)을 제거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었음이 특검에서 모두 사실로 판명됐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을 등에 업고 문체부를 출입하며 호가호위했던 사악한 인물이다. 정부 중앙부처인 문체부가 비리인사가 미주알고주알 써준 정관을 대한체육회 개혁정관으로 밀어붙였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체육회에 투여되는 4000여억원의 공공자금은 한푼도 헛되게 쓰여서는 안된다는 박 장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문체부의 고해성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난 정부에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주도해서 만든 (사)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문체부의 얼빠진(?)지원을 빼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단체다. 집행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체육진흥투표권 주최단체지원금 6억7000만원을 센터에 선심쓰듯 지원한 문체부가 공공성을 운운하는 건 좀 그렇다.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법과 규정에 따라 집행해야 하는 게 공공 자금인데 일개 민간인의 위세에 눌려 엄정하게 써야할 돈을 펑펑 쓴 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게다. 어디 그 뿐이랴,최순실 사건의 명백한 부역자인 이규혁을 창단 감독으로 콕 찍어 스포츠토토 빙상단 창단에 압력을 가하는 등 공공성을 훼손한 문체부의 패악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KOC 분리에 앞서 지난 정권에서 부역한 문체부의 낯 부끄러운 흑역사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가 아닐까. 누차 이야기 하지만 KOC 분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각 국가마다 상이한 체육의 토양과 환경에 따라 선택하면 그만인 사안일 뿐이다. 숨은 의도를 감추기 위해 내세우는 그럴싸한 명분은 언제나 그렇듯 생명력이 짧은 법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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