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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육각형' 손흥민이 1대1의 제왕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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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슈퍼 손! 손흥민 선수가 사우스햄튼과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에 마수걸이 골을 포함해 한 경기만 무려 네 골을 터트렸습니다. 지난 2019-20시즌 번리전 70미터 단독 드리블 돌파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골을 수상한 손흥민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에 성공했습니다.

사우스햄튼전은 손흥민 선수의 '골잡이'로서의 장점이 잘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우선 손흥민 선수의 장점은 폭발적인 스프린트 속도입니다. 경기 시작 2분 20초만에 수비 라인에서 에릭 다이어가 전방으로 길게 뽑아준 롱 패스를 받아 측면을 무너트렸습니다.

여기서 손흥민 선수가 올린 왼발 크로스를 문전 오른쪽에서 맷 도허티가 헤더로 연결한 뒤 해리 케인이 발리 슈팅으로 득점했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공을 받을 때 근소한 차이로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이 VAR로 확인되어 무효가 됐지만 손흥민 선수의 위력이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그냥 빠른 게 아니다. 언제 어디로 뛰어야 하는 지를 안다

손흥민 선수는 오른발 잡이입니다. 그런데 왼발로도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했습니다. 이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듯이 손흥민 선수는 양발 슈팅이 강도와 정밀함이 동등한 수준입니다. 빠른 스프린트와 강력한 양발은 손흥민 선수의 최고 무기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빠른 선수, 양 발을 잘 쓰는 선수는 손흥민 선수 말고도 있습니다. 이전에도 손흥민 선수에게 이런 능력이 없던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경기 흐름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축구 지능입니다. 전반 추가 시간에 기록한 동점골에 손흥민 선수의 지적 능력이 잘 드러납니다.

전반 46분 29초의 상황을 보면 손흥민 선수는 탕기 은돔벨레가 역습 플레이를 시작할때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케인의 동선을 살핍니다. 케인이 공을 받고 어느 방향으로 패스를 찔러주는 지 살피면서 사우스햄튼 수비의 시선 바깥으로 빠져나옵니다.

사실 케인이 연결한 패스가 조금 길게 빠지면서 사우스햄튼 수비수가 차단할 수 있었지만, 특유의 스프린트로 이 공을 따라잡습니다. 여기에서는 운동 능력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46분 34초, 손흥민 선수가 처음 공을 터치하는 순간에 판단력이 작동합니다. 급한 마음에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다면 몸의 균형이 흔들리며 부정확한 슈팅으로 좋은 기회를 놓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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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는 깔끔한 터치로 공의 탄력을 죽여 놓은 뒤 상대 골키퍼와 골문을 조준점을 보고 정확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습니다. 여기서 손흥민 선수의 볼 터치 기술과 슈팅 기술, 바디 밸런스가 빛났습니다.

후반 시작 2분 만에 넣은 골의 패턴도 비슷합니다. 46분 26초에 로셀소가 빙글 돌아 나오며 케인에게 전진 패스를 할때 동료의 위치, 공의 동선, 상대 수비의 위치를 한 번에 파악합니다. 케인이 공을 잡아세웠을 때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트리는 타이밍에 가속을 시작합니다. 골키퍼와 마주했을 때 왼발로 골문 구석을 정확하게 찌릅니다.

빠르고 슈팅 좋은 손흥민, 섬세한 볼 컨트롤과 위치 선정까지 탑재

64분 14초의 리플레이 장면에서 확인되는 손흥민 선수의 세 번째 골을 보면 산체스의 기점 패스, 케인의 스루 패스가 이어질 때 사우스햄튼 수비 뒤에서 불현듯 나타나 단독 찬스를 만듭니다. 이번에는 오른발 슈팅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골은 깔끔한 가슴 트래핑 후 왼발로 마무리했습니다.

오른발 두 골, 왼발 두 골, 기점 위치와 돌파 동선에 가속 타이밍과 슈팅 타이밍까지. 손흥민 선수를 두고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가 "1대1 상황에서 손흥민보다 치명적인 선수가 있느냐"고 반문한 것은 이런 장점을 두루 갖췄기 때문입니다.

유럽 무대에서 경합할 수 있는 힘과 높이에 속도, 양발, 볼 콘트롤 기술에 공간 이해력을 탑재한 손흥민은 공격의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육각형 공격수'로 성장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라는 영국 현지 팬들의 찬사가 과하지 않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이제 자신의 능력을 장소와 상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선보일 수 있는 꾸준함을 갖췃습니다.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도전도 꿈이 아닙니다. 가레스 베일까지 토트넘에 가세한다면, 상대 수비의 분산 효과가 커져 손흥민 선수의 득점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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