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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주말 오후를 돌려줘” LG와 두산 팬들의 분노가 뒤섞인 8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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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두산전 8회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준 고우석.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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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야구 팬들은 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경기를 좋아한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집 안을 비추는 요즘 같을 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여유로운 주말의 끝자락을 야구 중계와 함께하면 더는 바랄 게 없다.

하지만 야구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문제다. 때로는 극도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8회말을 지켜본 양 팀 팬들이 그랬다.

LG는 8회말에 들어가기 전 5-2로 앞서 있었다. 4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두산이 이날도 끌려가자 몇몇 팬들은 야구 시청을 접었다. 병살타를 3개나 치며 번번이 찬스를 무산시키는 등 두산 입장에선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8회말 LG 마운드에 진해수가 또 올라왔다. 바로 이 장면에서 LG 팬들이 화가 났다. 진해수는 이날이 3연투였다. 18일 롯데전에서 0.1이닝(투구수 5개)을 던진 그는 전날인 19일 두산전에서는 1.2이닝(투구 수 12개)을 책임졌다.

LG 팬들은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해 세 경기 연속 등판한 것에 대해선 이해를 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진해수가 이날 6회와 7회는 물론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6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아낸 진해수는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그런데 8회말에 또 진해수가 나타났다. 3일 연속 투구에 3이닝 등판은 분명히 무리라 보였다. LG 팬들의 걱정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진해수는 3연투 3이닝 등판은 힘들었는지 안타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투수 교체를 통해 흐름을 바꿨어야 할 류중일 감독이 타이밍을 놓친 사이 순식간에 무사 만루가 됐다.

그제야 정우영이 올라왔다. 그 어떤 구원 투수도 무사 만루 상황의 구원 등판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정우영은 흔들렸다.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으며 5-3으로 쫓겼다.

다음 타자는 페르난데스. 하지만 그가 부상으로 나올 수 없자 두산의 대타로 오재원이 나왔다. 이번엔 두산 팬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오재원은 이번 달 들어 6타수 1안타에 그칠 만큼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우려대로 오재원은 공과는 거리가 먼 스윙으로 일관하며 삼진을 당했다. 페르난데스의 부상 소식을 바로 듣지 못햇던 두산 팬들은 왜 페르난데스 대신 오재원이었냐며 폭발했다.

다음은 LG 팬 차례. 두산의 다음 타자 김인태가 볼넷을 골라 나가 점수는 5-4가 됐다. 그러자 LG 마운드엔 마무리 고우석이 올라왔다. 1사 만루의 위기에서 고우석도 별수 없었다. 김재환의 타석 때 또 한 번 볼넷이 나오며 점수는 5-5 동점이 됐다. LG 팬들은 다 이긴 경기를 류 감독의 잘못된 불펜 운영으로 망쳤다며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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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LG전 8회말 대타로 나와 만루 상황에서 삼진을 당하는 오재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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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엔 또 두산 팬 차례. 다음 타자 오재일은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안타가 하나밖에 없었다. 이날 LG전에서도 침묵하고 있었다.

두산 팬들은 오재일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고, 상대 투수 고우석이 흔들리는 만큼 오재일이 차분히 공을 고르길 바랐다. 하지만 오재일은 초구를 때렸고, 이는 병살타로 이어지며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오재일의 성급한 승부에 두산 팬들이 또 화가 났다.

그렇게 혼돈의 8회말이 지나가고, 결국 9회말 박세혁이 끝내기 안타를 친 두산이 6대5로 승리했다. 경기 내내 화가 나 있던 두산 팬들은 그래도 마지막에는 활짝 웃었다. 두산은 4연패를 탈출하며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반면 LG 팬들은 끝내기 패배에 넋이 나갔다. 애초에 이우찬 대 알칸타라의 선발 대결이라 열세가 점쳐졌던 경기에서 예상 밖으로 LG 타자들이 알칸타라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승기를 잡았던 LG가 불펜 운용에서 실패하며 귀중한 승리를 내주자 LG 팬들의 허탈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 잔인한 것은 월요일에 경기가 없어 이 기분을 다시 경기가 열리는 화요일 오후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깟 공놀이에 왜 화를 내고 그래?”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팬들로선 정말 지켜보기 힘들었던 어느 가을 날의 승부였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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