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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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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 LPGA 메이저 퀸 등극…韓 선수 6번째 ‘포피 폰드’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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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림.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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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최종 4라운드 18번홀(파5) 그린 뒤에서 세 번째 샷을 앞둔 이미림(30)이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뒤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자신 있게 어프로치 샷을 한 이미림의 공은 그린 위 내리막 경사에 떨어졌다. 가속이 붙은 공은 홀로 향했고 자석이 붙은 것처럼 빨려 들어갔다. 극적인 이글로 연장에 합류한 이미림은 기세를 이어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퀸으로 등극했다.

이미림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이미림은 동타를 이룬 넬리 코다(미국)와 브룩 헨더슨(캐나다)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제압하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번 대회 셋째 날까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에 자리했던 이미림이 역전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선수가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 3위 코다와 9위 헨더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림에게는 정교한 어프로치 샷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그는 6번홀과 16번홀, 18번홀에서 어프로치 샷으로 버디 2개와 이글 1개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도 어프로치 샷이 이미림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그는 침착하게 세 번째 샷을 붙인 뒤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 파에 그친 코다와 헨더슨을 따돌리고 ANA 인스퍼레이션 챔피언이 됐다.

우승을 확정지은 이미림은 그린 위에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미림의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2014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미림은 올해까지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쳐왔지만 박인비(32)와 박성현(27), 고진영(25), 김세영(27) 등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14년에는 2승을 차지했지만 3승을 올린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밀려 신인상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2017년 3월 27일 KIA 클래식 이후 승수 추가에도 실패했지만 이미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올 시즌이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연습에 매진하며 2020시즌 하반기를 준비했다. 노력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1268일 만에 정상에 오르며 LPGA 투어 통산 4승을 달성했고 우승 상금으로 46만5000달러(약 5억5000만원)를 받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우승 인터뷰에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고 ‘내가 미쳤구나’ ‘잘 했구나’라는 생각만 든다”며 “나흘간 경기를 치르면서 오늘이 가장 힘들었는데 가족과 통화를 하면 우승이 실감 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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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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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어프로치 샷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미림은 “경기 중 어프로치 샷을 세 번 넣은 적은 처음”이라며 “원래 어프로치 샷을 가장 잘하는 건 아닌데 오늘은 정말 잘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는 좋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발견한 단점을 보완해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림은 이날 ANA인스퍼레이션의 우승 전통에 따라 포피 폰드 입수 세리머니를 한 소감도 밝혔다. 이미림은 박지은(2004년)과 유선영(2012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 고진영(2019년)에 이어 포피 폰드에 다이빙을 한 6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는 “포피 폰드를 봤는데 깊어 보여서 괜찮을까 생각하며 무서워하면서 뛰어들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LPGA 투어에 진출하기 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이미림은 2011년 에쓰오일 챔피언십, 2012년 한국여자오픈, 2013년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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