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사전청약에 대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태릉골프장과 과천 정부청사 부지 등 거주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 입지가 제외됐지만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은 과거보다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패닉바잉' 현상처럼 젊은 층의 내집마련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수요가 자연스레 수도권의 3기 신도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정부가 교통망 구축을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이고,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등 사전에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운 것이 수요자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에도 구체적인 예산 확보와 실행력이 담보돼야 3기 신도시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 냉탕→온탕 3기 신도시
당초 3기 신도시 입지가 발표됐을 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서울 내에서도 거주 수요가 집중된 강남과는 지정학적 거리가 멀어 수요 분산에 한계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에 신도시 급 규모는 아니지만 강남과 가장 가까운 과천 과천지구가 그나마 후한 평가를 받았다.
교통망 구축에 대한 의구심과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할 경우 1‧2기 신도시처럼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박한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흐름에선 3기 신도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비례해 조바심도 또한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많이 오른 서울 지역을 피해 교통망 등의 인프라가 갖춰질 3기 신도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홈페이지 개설 후 한 달 만에 65만명이 방문, 12만명 이상이 '청약일정 알리미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 중 30대가 38%, 40대가 31%로 관심이 높았고, 신청 이유로 95%가 본인거주 목적을 선택해 3040세대가 3기 신도시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는 민간‧공공분양 주택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저축 가입기간 등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가점제와 추첨제 등 다양한 청약방식이 적용된다"며 "소득과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무주택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호하는 입지도 초기 평가와는 달라졌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별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하남 교산지구(20%)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그 뒤를 고양 창릉지구(17%)가 이었고 과천지구는 17%로 세 번째였다. 직방 빅데이터랩 조사에서도 하남 교산이 25.4%로 과천(21.8%)지구를 앞섰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는 구체적인 광역교통망 대책이 발표되고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실패한 1‧2기 신도시와는 다르다는 인식이 크다"며 "특히 하남의 경우 위례신도시와 인접하고 다른 지역보다 강남과 가깝고 규모도 크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정부가 3기 신도시에 공급하는 주택은 가격도 저렴하고 3040 세대를 위한 특별공급 물량도 늘리는 등 공을 들이고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선 매력적"이라며 "서울은 아니지만 입지적으로도 나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 속도 내는 3기 신도시, 결국 실행력…'돼야 되는거지'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은 정부가 앞선 1‧2기 신도시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교통망 구축과 자족기능을 위한 도시개발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3기 신도시 5곳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후 설계공모를 통한 도시 기본구상을 마련하고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보상절차 등의 후속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3기 신도시를 선택한 이유로 편리한 교통(24%)이 가장 많았고, 부담 가능한 가격(21%)과 직장과의 거리(20%) 순이었다.
정부도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광역교통개선대책이 확정된 하남과 과천은 도로사업 실시설계에 착수했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남양주와 고양, 인천과 부천 등은 지자체 합의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연내 교통대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적기에 교통망 사업이 완공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지하철 사업 등이 준공되기 전인 입주 초기에는 사업 시행자가 운영비 등을 부담해 광역버스를 운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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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 등을 통해 3기 신도시 조성과 수도권 주택 공급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교통 인프라의 경우 장기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구체적인 예산을 포함한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교수는 "교통망 뿐 아니라 판교와 분당처럼 자족기능을 갖춰 일자리가 발생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마스터플랜만 세우기보단 예산 확보 등을 통해 공공 인프라 투입이 실현되면 서울 거주수요의 분산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례 실장은 "이번 6만가구 사전청약은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계획 중 구체적인 공급 방안의 시작일 뿐"이라며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이번 사전청약 발표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등의 효과가 지속되려면 향후 서울 내 주택공급 등 127만호 공급계획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실행력있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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