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상권 일번지’ 이대앞 거리 가보니
“임대기간 남아…폐업도 못해”
관광객 끊기고 대학은 비대면 수업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각 대학들이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를 확대함에 따라 대학가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서울 이대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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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2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 있는 유명 화장품가게, 굳게 닫힌 유리문엔 ‘깔세 문의’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들과 이대생들로 북적이던 가게였지만 올해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문을 닫았다. 양쪽으로 즐비하던 다른 화장품 브랜드 가게들 역시 나란히 문을 닫은 상황이다.
장사가 한창인 낮 시간대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길 건너 옷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윤희준(가명) 씨는 “2학기에는 개강하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는데, 최근 재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됐다고 해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윤씨는 16.5㎡(5평) 가게 월세 380만원을 감당하기 위해 문을 일찍 닫고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뛴 지 두 달째라고 했다. 최근에는 인근의 오래된 맛집과 구둣가게가 나란히 문을 닫았다.
길 건너 식당을 운영하는 최영희(가명) 씨는 “구청에서 지원금을 준다길래 가보니 두 달간 영업을 안해야 지원금이 나온다더라”며 “문 열고 장사해서 그나마 있는 손님 지키는 것이 지원금 받는 거랑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이크아웃 카페를 운영하는 이윤철(가명)씨도 “작년 이맘때는 하루 200잔정도 팔았는데 지금은 30잔도 못 판다”며 “임대 계약기간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문 닫으면 그나마 오시는 단골손님들도 떠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나와서 가게를 지킨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조태복(가명) 씨는 지난 5개월간 한 건의 계약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2학기 개강 기대에 원룸 가계약이 5건 있었는데 재확산 이후에 다 계약철회했다”며 “이쪽 상권은 권리금이 사라진지 오래인데, 학생도 없고 관광객도 끊긴 곳을 누가 찾겠나. 사실상 죽은 상권으로 봐야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각 대학들이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를 확대함에 따라 대학가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서울 이대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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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통이 트였던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매출 폭락으로 폐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가게 유지를 위해 대출로 연명해왔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서비스업 대출금이 47조2000억원 증가해 전분기 34조원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늘어났다. 도·소매,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 증가액 또한 12조2000억원에서 18조8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자영업자들이 이 기간 동안 빚으로 버텼다는 것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상황은 폐업률 통계로도 확인된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의 전국 190개 업종 사업체의 폐업현황 분석 결과, 7월 전국 폐업 사업체는 총 1만4502개로 6월(1만4145개)에 이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이 본격화된 8월을 기점으로는 폐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최근 4년간 폐업지원금 지원 현황’ 자료의 올해 상반기(1~6월) 폐업지원금 신청자 수는 4526명으로 지난해 연간 신청자(6503명)의 70%를 넘긴 상태다.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임차료 지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정부 지원책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자영업자 지원책이 단기처방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전부터 누적된 자영업자 과밀, 최저임금 문제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 돼 폐업률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일시적 지원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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