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위스콘신주서 발생한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
비무장 상태 20대 흑인 남성, 백인 경찰의 총격에 쓰러져
/트위터 캡처 |
미국에서 또 비무장 흑인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흑인 남성은 등에 여러 발의 총을 맞았고, 현장에서 찍힌 영상에 따르면 당시 최소 7발의 총성이 들렸다. 이 남성의 아들 3명이 이를 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거세지면서 사건이 벌어진 도시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CNN 방송·워싱턴포스트(WP) 미 언론들에 따르면,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는 23일(현지 시각) 오후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주택가에서 경찰관의 총에 맞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을 보면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인 블레이크는 거리에 주차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걸어갔고, 백인 경찰관 여러 명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눴다. 이어 블레이크가 운전석쪽 차 문을 열고 차량 안쪽으로 고개를 숙였고, 이때 그의 바로 뒤에 접근한 경찰관이 그의 상의를 손으로 잡아 끌며 총을 수차례 발사했다. 영상에는 한 흑인 여성이 쫓아와 발을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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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블레이크의 신원을 밝히며 “그가 등에 총을 여러 발 맞았다”고 밝혔다. 에버스 주지사는 “사건 세부 사항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가정 문제로 현장에 출동했었다는 점 외에 구체적인 총격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지역 매체인 케노샤 뉴스는 목격자들을 인용, “블레이크는 당시 (어떤)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총격에 앞서 테이저건을 사용해 그를 체포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권 변호사 벤 크럼프는 “당시 블레이크가 타려고 한 차에 그의 아들 3명이 타고 있었다”며 “아이들은 경찰이 아버지를 총으로 쏘는 장면을 목격했고, 이들은 영원히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했다.
23일(현지 시각) 미 위스콘신주에서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 총격에 중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진 뒤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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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각) 미 위스콘신주에서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 총격에 중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진 뒤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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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역 매체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사건 영상이 퍼지면서 사건 발생 몇 시간 만에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사건 현장에 모여 경찰차를 부수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지역 당국은 시 전체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이며, 이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은 즉각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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