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19일(현지 시각), 마지막 연사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은 평소보다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전대에서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고 수락 연설을 했다. 244년 미국 역사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이다.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검사,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19일(현지 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해리스는 민주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이날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리더십 실패가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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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하며 그를 '전사(戰士)'라고 했다. 해리스의 전사 본색은 이날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코로나 대응 실패와 인종차별 문제를 한데 묶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폭했다. 해리스는 "트럼프 리더십 실패가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흑인, 라티노(히스패닉), 원주민(인디언)들이 더 많이 고통받고 죽어간다"고 했다.
그는 "인종차별에는 백신이 없다"며 "우리가 바꿔야 한다. 조지 플로이드를 위해, 브레오나 테일러를 위해, 이름을 부르기에도 너무 많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라고 했다. 조지 플로이드와 브레오나 테일러는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흑인으로, 올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의 상징이다. 그는 트럼프를 겨냥해 "지금 우리에게는 우리의 비극을 정치적 무기로 바꾸는 대통령이 있다"고 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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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이민자 가정 출신의 흑인 여성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유색인종, 이민자,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LGBTQ)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는 "이번 주 수정헌법 19조는 (비준) 100주년을 맞았고, 우리는 (투표할) 권리를 위해 싸웠던 여성들을 기린다"며 "그들이 선구적 리더십을 위한 길을 닦은 것"이라고 했다.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19조는 1920년 8월 18일 미 의회 비준을 받았다. 해리스 연설 전날이 비준 100주년이었다.
그는 또 "내가 기대온 또 한 사람의 여성이 있다. 바로 내 어머니 시아말라 고팔란"이라며 인도 이민자 출신의 모친 얘기도 꺼냈다. 그는 "어머니는 내가 여러분 앞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아마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화상 찬조연설에서 "트럼프가 더 나은 대통령이기를 바랐다. 미국은 이것보다 더 나은 대통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트럼프를 공격한 뒤 "흑인 여성이자 자메이카·인도 이민자의 딸이면서 우리의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통해 '미국의 미래 속'에서 자신들을 보는 소녀와 소년들을 생각해 본다"고 했다. 해리스처럼 여성, 유색인종, 이민자 등을 향한 메시지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란 직접적 호칭을 쓰며 신랄하게 트럼프를 비판했다. 그간 트럼프에 대한 직접 공격을 삼갔던 것과 달리 이날은 작심한 듯 트럼프를 공격했다. 오바마는 화상 연설에서 "지금까지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트럼프)는 대통령직의 엄청난 힘을 갖고도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을 제외한 누구를 돕는 데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대통령직을 그가 갈망하는 관심을 받기 위한 또 하나의 리얼리티 쇼로 이용했다"고 했다.
또 "트럼프는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직에 걸맞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그 실패의 결과는 참혹하다. 17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로) 죽었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자랑스럽던 우리의 세계적 평판은 심각하게 나빠졌고 우리의 민주적 제도는 전례 없이 위협받고 있다"며 "우리의 세계적 지위를 되찾아 줄 사람은 조와 카멀라"라고 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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