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1위 힘자랑
“골프 패러다임 변화” 평가 불구
3승 토머스와 2승 심슨·모리카와
장타보다 정교한 샷으로 정상에
올 시즌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의 화두는 ‘장타’였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불을 붙였다. 디섐보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됐을 때 20㎏ 이상 체중을 불렸다. 그리고 거리를 얻었다. 디섐보는 무지무지한 장타를 날려댔다. 메모리얼 토너먼트 1라운드 470야드짜리 파4 1번홀에선 드라이버 티샷을 423야드(약 386m)나 날려보내기도 했다. 디섐보는 평균 323.9야드로 드라이브 비거리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이 장타를 앞세워 리더보드 상위권의 단골손님이 됐고,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선 우승까지 차지했다. “골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골프에서 거리가 전부는 아니다. 핀을 향해 날아가는 정교한 아이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어프로치샷, ‘그 임이 오신 날’처럼 쏙쏙 들어가는 퍼트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올 시즌 PGA 투어 다승자들의 면면이다. 3승을 올린 저스틴 토머스와 2승을 올린 웹 심슨, 콜린 모리카와, 브렌던 토드(이상 미국)는 모두 장타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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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만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평균 301.5야드로 60위에 올라 있을 뿐 심슨(108위)과 모리카와(112위), 토드(205위)는 모두 100위권 밖에 밀려나 있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가 280.8야드에 불과한 토드는 PGA 투어에선 대표적인 ‘짤순이’에 속한다. 지난주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짐 허먼(미국)도 드라이브 비거리가 285.1야드로 188위에 불과하다.
디섐보가 멋진 장타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지만 정작 실리를 챙긴 선수들은 따로 있었던 셈이다.
이들은 골프에서 거리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토머스는 1~2년 전에 비해 드라이버를 5~8야드 짧게 친다.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토머스는 “드라이버가 페어웨이에 들어가면 내 아이언 게임으로 더 많은 토너먼트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일약 투어의 강자로 떠오른 모리카와는 “거리 부족이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리카와는 디섐보처럼 드라이버를 멀리 치지 못하지만 대신 아이언과 어프로치에 강하다. 그는 “6번 아이언보다는 8번 아이언을 잡는 게 더 낫겠지만 나는 6번 아이언을 잡아도 여전히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드라이버를 평균 296야드 때리는 심슨은 “아직도 내 거리로 우승할 수 있는 메이저 골프 코스가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장타가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디섐보가 몸을 불리면서까지 매달릴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거리가 전부는 아니다. 423야드를 가볍게 날리는 지금도 그렇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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