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논란의 반복이다. 대한체육회와 KOC(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문제로 체육계가 뒤숭숭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분리를 주장하고 있고 체육계를 대표하는 대한체육회는 손사래를 치며 반대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은 좀 더 복잡한 것 같다. KOC 분리가 내년 1월에 열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KOC 분리 문제가 선거 바람에 편승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KOC 분리를 놓고 후보자들끼리 합종연횡을 시도할 수 있어서다. 정치적 접근은 늘 그렇듯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
KOC 분리 문제는 결코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민감한 사안이다. 진정한 체육 선진화의 기반 구축을 위해 요모조모를 따져봐야 하는 것은 물론 역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국 체육토양의 특징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비로소 KOC 분리에 대한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숨어 있는 ‘위로부터의 결단’에 전적으로 의존했다간 또다시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내년 1월 열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그야말로 절박하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는 한가지, IOC 위원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NOC 몫으로 IOC 위원에 발탁된 만큼 선거에서 지게 되면 IOC 위원 자리를 잃게 된다. 체육회와 NOC가 통합돼 있는 한국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회장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이번 기회에 ‘누이좋고 매부좋은’ 선택을 하는 게 어떠냐는 게 양측의 공통된 속내다. 이 회장이 알아서 KOC 분리를 받아들이면 만사형통이다. 대한체육회장은 정부로부터 낙점받은 인사에 넘겨주고 이 회장이 KOC 위원장으로 무혈입성하게 되면 IOC 위원 자리는 손쉽게 지킬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정치인 출신으로 체육회장 선거에 나설 모 후보는 이 회장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여권의 체육 실세도 물밑에서 ‘정치적 딜’을 낚싯밥으로 던지며 이 회장 스스로 KOC 분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정황도 감지되고 있다. KOC 분리가 숙원사업이었던 문체부 역시 똑같은 입장이다. 이 회장이 실리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 회장 스스로가 KOC 분리를 선택해 IOC 위원 자리를 지키는 게 문체부가 기대하는 최선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KOC 분리는 사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각국이 처한 체육의 토양에 따라 NOC를 통합하거나 분리하거나 별 상관이 없다. 다만 복잡다단한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한국의 굴곡진 체육 역사는 KOC 분리 문제에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줬던 게 사실이다. KOC 분리와 통합은 한국 체육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안겨주며 숱한 파열음을 토해냈다. 이 문제가 체육 권력을 차지하려는 세력들의 대리전이 되어선 결코 안된다는 게 역사가 전해준 교훈이다.
IOC 위원이라는 감투가 선거에 결부되면서 KOC 분리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럽다. 그동안 이 회장은 소신처럼 KOC 분리를 반대해왔다. 한국 체육의 수장답게 명분과 철학에 바탕을 둔 KOC 분리 반대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인지,아니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구차한 ‘정치적 딜’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잃는 게 두려우면 결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 명분과 실리의 두 갈래길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이 회장에게 들려주고 싶은 고언(苦言)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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