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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故고유민 선수 사망사건

고유민에겐 ‘울타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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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세상을 떠난 고유민(25)에겐 자신을 지켜줄 울타리가 필요했다. 구단은 그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지난 1일 비보가 들려왔다. 현대건설 출신 여자배구선수 고유민이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는 것.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걱정한 전 동료가 집을 찾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 흔적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에 비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 추정했다. 가족과 주변인을 조사하고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사망 원인을 수사하기로 했다.

2013년 현대건설에 입단해 백업 레프트로 지낸 그는 올해 3월 자진해서 팀을 떠났다.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평소 스트레스가 컸는데 원인 중 하나는 악성 댓글이었다. 경기력에 대한 비난은 물론 얼굴, 몸매 등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도 많았다. 무자비한 인신공격이 날카롭게 꽂혔다.

고유민뿐 아니라 많은 선수가 익명 뒤에 숨은 네티즌의 악담에 괴로움을 호소했다. 한 선수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본인을 넘어 가족까지 겨눈 악성 댓글에 마음을 크게 다쳤다. 다른 선수는 차라리 무관심이 낫다며 자신과 관련한 기사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선수 개개인이 홀로 이 싸움을 이겨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즌 도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구단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악성 댓글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고 경우에 따라 강경한 법적 조처를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선수를 위해 심리 치료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프로배구 내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팀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수들은 풍파에 그대로 부딪혀야 했다.

고유민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일기장에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를 적었다. 지난 시즌 도중 주전 리베로의 부상으로 갑자기 역할을 대신하게 됐는데 완벽히 소화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스태프들이 훈련 중 째려보거나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그를 무시했다는 내용이었다. 더는 버틸 수 없어 팀을 나왔다. 여러 추측이 난무했고 다시 악성 댓글이 넘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고유민이 기댈 곳은 없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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