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사 약속해 검사 됐지만, "법에 규정한 살인-과실치사 범죄 입증 못 한다"
"총 쏜 경찰이 무죄는 아냐" "다르게 행동했었으면, 피해자는 살았을 것"
2014년 흑인 청소년 살해 사건의 재수사를 약속하며 당선됐던 세인트 루이스의 검사 웨슬리 벨이 30일 "경찰관의 범죄를 입증할 수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AP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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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9일, 고교를 갓 졸업한 18세의 흑인 남성 마이클 브라운은 주택가를 걷다가, 퍼거슨시의 경찰인 백인 대런 윌슨의 제지를 받아 몸싸움을 벌였고, 쫓기다가 경찰 윌슨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목격자들은 흑인 브라운이 두 손을 들었는데도, 백인 경찰 윌슨이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이 나자, 퍼거슨과 인근 세인트루이스 시 전체에 막대한 파괴·방화 폭력 행위가 발생했고, 미 전역으로도 시위가 번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캠페인이 정식 발족했다. 그러나, 이후 대배심과 미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는 “경찰이 고의로 살해했다”는 목격자들 증언과는 달랐고, 경찰 윌슨은 결국 불기소됐다. 이후 윌슨은 경찰 직을 사임했다.
이날 카운티 검사인 웨슬리 벨의 똑 같은 ‘불기소’ 결정이 의미 있는 것은 흑인 검사인 벨이 이 사건의 재수사를 약속하며 카운티 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전 백인 검사가 진행한 브라운 사건에 대한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이 나자, 미국내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흥분했다. 그 결과, 2년 전 흑인인 벨이 카운티 검사 선거에서 당선됐고, 퍼거슨 시는 올해 처음으로 흑인 시장을 선출했다.
2018년 8월의 마이클 브라운 사망 4주기를 맞아, 그의 형제들이 퍼거슨 시에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AP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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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벨 검사는 이날 “이 사건이 세인트루이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 중 하나를 대표하지만, 검사로서의 간단한 질문은 ‘우리가 경찰 데런 윌슨이 미주리 법에 규정한 살인이나 과실치사 범죄를 저질렀는지 증명할 수 있느냐’였다”며 “여러 증거를 독립적이고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 우리는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벨 검사는 그러면서도 “범죄를 입증하지는 못했으나, (경찰)윌슨이 무죄라는 것은 아니다”며 “윌슨이 상황을 다르게 다뤘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고, 그랬다면 마이클 브라운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표에, 한 흑인 남성이 “다음번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에 질식돼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경찰폭력 규탄 시위에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캠페인은 주축을 이루며, 마이클 브라운은 시위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외치는 경찰 폭력 희생자 이름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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