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 있어야 수준 높아지지만
주말 골퍼들 항의에 엄두도 못 내
변별력과 스폰서 사이 조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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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의 코스 난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42년 만에 가장 어렵게 세팅됐다는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존 람(위 사진)이 최종일 16번홀에서 칩샷을 날리고 있다. KLPGA 투어 시즌 2승을 올린 박현경이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KLPG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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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토너먼트가 열린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은 장난기 많은 악동 같았다. 그 심술에 선수들이 절절맸다. 필 미켈슨이 그린 앞쪽에 떨어뜨린 어프로치샷은 계속 굴러가 핀을 한참 지나쳤고, 브룩스 켑카와 저스틴 로즈는 짧은 어프로치샷을 하려다 그린에도 올리지 못했다. 오버파를 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뮤어필드 빌리지는 메이저대회처럼 코스를 어렵게 세팅해 선수들의 다양한 기술을 테스트했고, 변별력을 극대화했다.
최근 한국 골프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오픈에서는 총 77개의 이글이 나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4라운드 대회 우승자가 17~18언더파를 쳤다. 언더파를 친 선수만 55~58명에 달했다. 가장 어려웠다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도 유소연(30·메디힐)은 12언더파를 쳤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코스가 난도가 있어야 다양한 플레이를 볼 수 있다. 선수들도 그에 맞춰 기술을 연마하고 수준을 높일 수 있는데 올해 KLPGA 투어는 코스에 대한 변별력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테스트가 힘들수록 위대한 선수가 나온다’는 말처럼 한국 골프의 수준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코스 세팅을 좀 더 어렵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작년까지는 변별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갔다”면서 “올해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대회였던 KLPGA 챔피언십에는 150명이 출전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선수들에게 상금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출전 인원을 늘렸다. E1 채리티 오픈에는 144명이었다. 일몰 전에 경기를 다 마치기에도 벅찼다. 변별력 테스트 운운할 상황이 아니었다. 변별력과 코스 진행은 반비례한다. 갤러리 입장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TV로만 골프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야 할 필요성도 고려됐다.
변별력 테스트를 어렵게 만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도 있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블루헤런과 한화클래식을 여는 제이드 팰리스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최 골프장들은 변별력 있는 코스 세팅에 큰 관심이 없다. 난도를 높이기 위해 페어웨이 폭을 좁히거나 러프를 키우면, 또는 그린을 딱딱하게 하면 바로 주말 골퍼들의 항의가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변별력 있는 코스를 만드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이런 상황에서 변별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전장과 핀 위치밖에 없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선 정규투어 출전 엔트리를 1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적인 기상 조건에서 120명이 넘어가면 변별력 테스트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3라운드 대회 대신 4라운드 대회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진하 위원장은 “변별력은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말했다. “변별력과 엄청난 돈을 내는 스폰서들의 니즈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숙제다.”
최 위원장의 말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고뇌가 묻어난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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