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 캐디’ 크로퍼드 선전
3M오픈 1라운드서 희비 엇갈려
마틴 트레이너(오른쪽)가 지난해 2월 푸에르토리코 리오그란데 코코비치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푸에르토리코오픈에서 우승한 뒤 당시 캐디였던 에런 크로퍼드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PGA 투어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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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캐디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다. 마음에 안 들면 대회 중간에도 캐디를 해고하기도 한다. 미국 언론들이 캐디에 대해 선수를 ‘보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에런 크로퍼드(25·캐나다)와 마틴 트레이너(29·미국)도 얼마 전까지 캐디와 보스의 관계였다.
모든 것이 변하듯 캐디와 보스의 관계도 변한다.
캐디를 하면서도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선수의 꿈을 키워오던 크로퍼드는 월요예선에 10여 차례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일 8언더파를 치며 마침내 PGA 투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단 2명에게 주어지는 바늘구멍을 뚫은 것이다. 물론 트레이너는 새 캐디를 구해야 했지만 크로퍼드가 PGA 투어에서 뛸 기회를 잡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줬다. 성공과 심연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미세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 역시 지난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리긴 했지만 이후 5번을 제외하고 28차례나 컷탈락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였다.
트레이너와 크로퍼드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블레인의 TPC 트윈시티스(파71·743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3M오픈(총상금 660만달러) 1라운드에서 선수와 캐디가 아닌, 동등한 선수로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캐디와 선수가 같이 출전한 건 2009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 때 랜스 텐 브로크와 예스퍼 파르네빅에 이어 11년 만이다.
크로퍼드는 “내가 우승하지 못하면 트레이너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크로퍼드는 전반 보기 1개를 기록했지만 후반 2~4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1라운드를 2언더파 69타 공동 41위로 마쳤다. PGA 투어 데뷔전치고는 꽤 좋은 성적이다.
크로퍼드와 달리 트레이너의 하루는 썩 좋지 않았다. 버디를 3개 잡았지만 보기를 5개 하고, 더블 보기까지 1개를 기록하며 4오버파로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그에게 또 한번 컷탈락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비록 이번 대회에선 트레이너의 캐디를 맡고 있진 않지만 트레이너를 위로하고 2라운드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은 여전히 크로퍼드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은 호텔 방을 같이 쓰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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