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 상용화 꽃핀 2G
앱 생태계 만든 4G 흥행
벽돌 단말기 쓰던 1G
아날로그 통신 3G는 부진
킬러 콘텐츠 안보이는 5G
망 중립성 B2B 이슈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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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5G가 마땅한 킬러 콘텐츠를 찾지 못하면서 '홀수 세대 부진의 데자뷔'가 회자되고 있다. 짝수 세대인 2G와 4G(LTE)는 흥하고 홀수 세대였던 1G와 3G는 부진했던 전철을 5G가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벽돌만한 단말기를 썼던 1G, 아날로그 통신과 영상통화를 내세운 3G는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로 빛난 2G나 스마트폰 앱 생태계를 만든 LTE는 흥행한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LTE보다 가입 속도 더뎌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687만명으로 연말까지 10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늦은 커버리지 구축과 품질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5G의 '킬러 콘텐츠'가 될 것으로 꼽혔던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서비스는 단말기와 콘텐츠 측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5G는 13개월 만에 687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2011년 상용화한 LTE 서비스가 같은 기간에 866만2691명을 모았고, 1년 만에 700만명을 돌파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느린 속도다. LTE 도입 때는 동영상 스트리밍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면서 3G보다 더 비싼 요금을 내고 갈아탈 유인이 있었지만 5G에선 아직 눈에 띄는 핵심 콘텐츠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전국망 구축이 느린 기지국 확장 속도는 5G가 '돈이 되는' 수익아이템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G 말에 스마트폰 앱 생태계가 열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태동이 보이면서 4G(LTE)가 빠르게 구축된 것과 달리 4G에서 5G의 과도기 시점인 현재는 잘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전 세계 사업자들이 5G 수익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연되기도 했고, 유일하게 킬러콘텐츠로 꼽혔던 실감콘텐츠시장은 기술적 한계가 많다"고 언급했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 R&D정책담당은 "1세대에서 꿈꿨던 무선통화는 2세대에서 대중화됐고, 3세대에 나온 스마트폰은 4세대에 와서야 보편화했다"며 "마찬가지로 5G에서 준비하고 있는 융ㆍ복합은 6G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란 관측이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5G 먹거리로 꼽혔던 B2B(기업간거래) 부문에서는 '망 중립성(통신망 제공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 이슈가 풀리지 않은 것이 5G 혁신을 더디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고도화된 산업 특성에 맞는 '네트워크 슬라이싱(네트워크를 쪼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 도입돼야 하는데 4G까지 이어져온 망 중립성 개념과 충돌하는 이슈가 있고 이 때문에 사업자들이 불확실성이 큰 B2B시장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척도인 속도로 평가..4차 산업혁명 관점으로 봐야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0.001초의 초저지연 기술은 B2C(기업ㆍ소비자거래)시장에선 크게 필요치 않다"면서 "결국 5G는 출발부터 B2B시장에 적합한 기술이고, 28㎓ 대역에 사물인터넷(IoT) 대역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망을 누구나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망 중립성 이슈와 충돌하고 있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보니 5G 도약을 꾀하는 킬러 콘텐츠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4G가 스마트폰 중심이었다면 5G는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기기와 연결되는 B2B 중심 산업인데 과거의 척도인 양과 속도로만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신민수 교수는 "1차(증기 기관), 2차(전기와 생산 라인), 3차 산업혁명(컴퓨터와 통신)은 기계적 혁신이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의 기술을 다 모아서 융합하는 개념"이라며 "5G에서 급하게 대단한 혁신을 기대하기보다 기술을 적용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줄여간다는 점에서 차근차근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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