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있는 오클론묘지에서 고고학자 등이 1921년 인종 학살로 희생된 사람들의 유해를 찾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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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미국 남부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인종학살로 사망한 300명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 대해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털사시 소유 공동묘지인 ‘오클론 묘지’에서는 고고학자와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이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8~10피트(2.4~3m) 깊이에서 채취한 먼지를 분석하고, 레이다를 통해 이상한 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동안 이곳은 1921년 대량학살에서 희생된 흑인들이 묻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은 G.T. 비넘(공화) 털사 시장이 WP의 보도 이후 발굴을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초 3~4월 경 발굴이 진행됐어야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3개월 가까이 늦어졌다. 게다가 털사에서는 몇 주 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세차 방문했는데, 당시 6000명 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체육관에 모여 코로나 확산에 부채질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었다.
발굴 작업은 트럼프의 유세 이후 다시 한 번 연기 위기에 처했지만, 비넘 시장이 추진을 강행하면서 본격 시행됐다. 그는 “나는 내 아이들을 거대한 학살 무덤이 있는 도시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희생자를 찾아내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굴 작업에서 고고학자들은 1920년대 사용됐던 도자기와 유리잔, 철제 그릇, 문, 버튼 등을 발견했다. 플로리다대 법의학 인류학자인 포비 스터블필드는 “잘 보존된 뼈를 발견할 수 있다면 DNA를 추출해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후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작업에는 대량학살 당시 간신히 생존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찾아와 참관을 하기도 했다. 학살 당시 자신의 증조부가 운영하던 가게가 파괴됐다고 증언한 캐빈 로스씨는 “털사의 공공연한 비밀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 날이 오기를 20년 넘게 기다려 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말하지 않아 왔다”고 강조했다.
털사 인종 학살은 1921년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1박 2일 동안 백인 폭도들이 흑인 거주지인 털사시 그린우드 지역을 급습해 흑인 30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친 사건이다. 미국 최악의 인종폭력 사건으로 꼽힌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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