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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태땐 文 "엄정처리"… 이번엔 靑 "드릴말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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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

청와대는 13일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피해자 측 기자회견에 대해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성추행을 포함한 성 범죄 문제에 대해 "엄정한 사법 처리" "피해 여성 위로" 같은 말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다른 대응이었다. 청와대는 "박 시장이 9일 새벽 청와대 통보로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박 시장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 시장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노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은 문 대통령 조화에 대해 "피해자에게 주는 메시지도 고려하는 게 대통령의 자리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침묵은 여권과 그 지지층의 박 시장 추모 기류와 성추행 문제는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서 내린 '전략적 결정'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그동안 성범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던 것과 지금의 침묵이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작년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받은 뒤 "국민들은 진실 규명 요구와 함께, 과거 수사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에 대해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는 반드시 엄정한 사법 처리를 해 달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n번방 사건'에 대해서도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피해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성인지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이번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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