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오렌지카운티 샌터애나에 있는 존 웨인 국제공항 내에 있는 배우 존 웨인의 동상. 서던캘리포니아대에 있는 존 웨인 동상처럼 이곳의 동상 역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웨인이 생전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등의 발언을 한 탓이다./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서부영화의 간판으로 꼽히는 배우 존 웨인(1907~1979)의 동상이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영화대학원(SCA)에서 철거된다고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들이 10일(현지 시각) 전했다. 인종차별 논란이 있는 웨인의 동상을 학내에서 철거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 때문이다.
이곳은 미국 영화계에서 많은 스타와 거장을 배출한 명문으로 꼽힌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연출한 조지 루카스 감독 등 많은 영화인들이 이곳을 졸업했다. ‘쥬라기 공원’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이 학교 입학을 원했으나 두 차례 낙방했다고 미 CNN은 전했다. 두 사람 모두 USC 영화대학원에 거액을 기부했다.
존 웨인은 1920년대 이 학교를 다니다가 부상으로 그만뒀다. 학교 측은 웨인의 업적을 기리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1971년 플레이보이 잡지 인터뷰에서 “나는 노예제를 용납하지는 않지만, 다섯에서 열 세대 이전의 사람들이 노예였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적 논란이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학내에서 존 웨인 동상 철거 운동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였다고 할리우드리포터는 전했다. “존 웨인의 유산을 남겨두는 것은, 학교 측이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하는 것”이라는 한 학생의 구호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학교 측은 존 웨인의 동상은 존치하고,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페미니즘과 미국 원주민 영화, 비판적 인종 이론 등을 다루는 공간을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조지플루이드 사태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학교 측도 버틸 수만은 없었다. 에반 휴 부학장은 10일 발표한 서한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과 관련해 학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존 웨인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철거한 동상은 도서관 창고에 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민주당에서는 아예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존 웨인 국제공항에서 그의 이름을 빼고, 공항에 있는 동상도 철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오렌지카운티 지역당은 최근 존 웨인 공항의 이름 변경과 동상 철거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오렌지카운티 지역 의장인 에이다 브리체노는 “매년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국제공항이 모두를 위한 동등한 기회와 정의의 가치에 반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불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현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