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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20㎏ 늘려 350야드 펑펑…디섐보의 실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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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9월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아이언을 똑같은 길이로 맞추거나 야디지북에 제도용 컴퍼스를 이용하는 것 등 기존에 했던 '물리학적' 실험과는 차원이 다른 프로젝트였다. 다름 아닌 몸무게와 근력을 키워 '필드의 헐크'로 변신하는 실험이었다. 이를 위해 먹는 것을 무한정 늘리고, 그것을 근육으로 만드는 체력 훈련을 병행했다.

지난 10개월간 그가 하루에 먹은 음식량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침 식사로 달걀 4개와 베이컨 5장, 토스트를 꾸준히 소화했다. 열량 높은 샌드위치와 에너지바가 그의 점심 메뉴였고 저녁에는 스테이크와 감자를 먹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하루에 단백질 음료를 6개씩 복용했다고 한다. 그가 밝힌 하루 평균 음식 열량은 무려 3000∼3500㎉에 달한다.

실험 초반 90㎏ 정도였던 디섐보(키 185㎝)는 몸무게가 점점 늘어나더니 지금은 110㎏ 거구로 변했다. 10개월 새 무려 2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엄 사이즈 셔츠를 입던 그에게 지금은 XL 사이즈 셔츠도 작아 보일 정도다. 몸집만 커진 게 아니다. 볼 스피드가 몰라보게 늘었다. 지난 시즌 평균 시속 282㎞ 정도였던 게 305㎞까지 나온다. 덩달아 드라이버샷 거리가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작년 평균 302.5야드(34위)였던 티샷 거리가 이번 시즌 320.1야드(2위)로 확 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실험은 '20개월 만의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디섐보는 6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 골프클럽(파72·7372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총상금 750만달러)에서 우승했다. 대회 최종일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기록한 디섐보는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매슈 울프(미국)를 3타 차로 제치고 통산 6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은 135만달러(약 16억2000만원). 2018년 11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이후 1년8개월 만의 우승이다. 디섐보는 7연속 '톱10'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울프에게 3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던 디섐보는 초반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선두를 따라잡았고 마지막 3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3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디섐보의 초강력 장타는 엄청난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무려 평균 350.6야드를 날렸다. 이는 2003년 샷링크 제도 도입 후 투어 대회 우승자로서는 최장타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5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기록한 평균 341.5야드였다.

이번 코스는 작년 단타자들이 잇달아 우승한 장소 중 하나였다. 코스 설계가인 도널드 로스는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에 벙커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샷이 정확한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디섐보는 초장타로 벙커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디섐보는 '필드의 헐크'로 변신하는 실험을 하면서 이른바 '카지노 불패 이론'을 적용했다. '카지노 불패 이론'은 카지노는 결코 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섐보는 일단 누구보다 멀리 쳐 놓으면 다음 샷이 쉬워지고, 홀에 더 가까이 붙일 수 있어 절대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디섐보는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장타뿐 아니라 퍼트로 얻은 타수에서도 1위(7.831타)에 올랐다.

경기 후 디섐보는 "내게 너무 의미 있는 우승"이라면서 "내 몸을 바꾸고, 내 사고방식을 바꾸며, 남들과 다른 스타일의 골프를 해서 우승을 완성했기 때문"이라고 감격했다. 단독 3위(18언더파 270타)로 경기를 끝낸 케빈 키스너(미국)는 디섐보에 대해 "그는 골프 경기에서 플레이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도중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하느라 '늑장 플레이'로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디섐보가 다음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실험을 들고나올지 골프팬들은 벌써 궁금해하고 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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